쉽지 않은 결함 ‘입증’ 급발진 등 법원 인정사례 드물어

[보험매일=최석범 기자]국토교통부가 31일 국무회의를 통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동차손배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자율자동차 보험금 구상에 관한 내용을 법제화했다. 자율차 사고가 제조사 결함으로 발생한 경우 책임자에게 구상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정비협의회 운영에 관한 근거를 마련한 게 특징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자동차손배법 개정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법제화된 것은 환영하지만 자율차 제조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사고배상금 구상권 조항이 실제로 얼마나 쓰일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제조사 ‘과실’ 사고배상금 청구 법제화

현행 자동차손배법은 차량결함에 의한 자동차 사고로 인정될 경우, 보험사가 자동차 제조사에게 사고배상금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자동차손배법은 자율자동차도 같은 내용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자율자동차 운행 중 대인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고 결함에 의한 사고라면 제조사에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손해보험사의 구상금 청구권리가 담긴 자동차손배법 제29조에 해당 내용을 신설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사고의 원인을 기술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를 부착토록 하고 별도의 사고조사위원회를 설치토록 하는 내용도 자동차손배법 개정의 주요내용 중 하나다.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에 담길 계획이다.

여기에 자동차정비요금 공표제를 폐지하고 공익대표와 보험업계, 정비업계로 구성된 보험정비협의회를 운영할 근거를 마련했고 보험정비요금 산정 등에 관한 사항을 논의할 수 있는 기능도 부여했다.

▲ 사진=PIXABAY

◇실효성 ‘물음표’ 구상금 사례 없을 것

보험업계는 자동차손배법 개정을 통해 제조사에 대한 사고배상금 구상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의미있게 평가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급발진 등 자동차 제조사의 과실을 묻는 소송에서 법원이 인정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보험업계와 정비업계 간 갈등을 유발한 보험정비요금 공표제를 폐지하고 보험정비협의회를 통해 보험정비요금 산정을 논의토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업계 간 상생의 물꼬를 튼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차주와 보험사는 차량결함을 주장하지만 법원이 인정하는 사례는 없다. 제조사가 나서 급발진 발생에 대해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는다”면서 “급발진을 인정하는 순간 자동차 제조사의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자율차 구상권이 제도화됐으나 구상금을 청구한 사례가 나올지 모르겠다”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률 개정의 포인트는 자율자동차 사고 시 제조사에게 결함이 있는 경우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문으로 명시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구상금을 청구하려면 자동차 제조사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입증이 쉽지 않다보니 구상금 청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험업계와 정비업계 관계자가 참여하는 보험정비위원회의 운영을 명시한 것도 눈여겨볼만 하다. 이전까지는 보험업계와 정비업계 간 분쟁이 있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논의해) 정비요금을 산정하면 불필요한 분쟁이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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