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하루 만 건 이상의 교통사고가 매일 보험회사에 접수되고 그중 경미한 사고의 대인 접수율은 1/4을 넘는다.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이 부상으로 보험사에 접수되고 그중에서 사망이 10명, 중상자는 100여 명 내외로 추정된다. 그리고 약 3,000여 명의 경상자 중에는 편승치료, 과다치료, 손해를 확대하는 연성사기에 해당되는 피해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대체로 경미사고로 대인접수를 하는 가해자의 절반 정도는 매우 불편한 마음으로 보험사에 연락한다. 현장에서는 대물수리만 요구하다가 나중에 피해자측이 문자나 전화로 연락해서 대인접수를 추가로 요청하기 때문이다. 이에 가해자가 반발하면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하는데 경찰에 신고되면 벌점과 범칙금이 발생한다. 가해자도 ‘마디모 의뢰’를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블랙박스가 있어야 하고 충격이 아주 경미해야 경찰이 선별해서 국과수나 교통안전공단으로 보낸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경미한 교통사고로 한 해 지급되는 합의금이 총 850억 원이다. 경미사고란 범퍼 교체가 필요 없는 코팅손상(코팅막만 벗겨짐), 색상손상(코팅막과 도장막 벗겨짐), 찍힘/긁힘(퍼팅) 등의 사고를 말한다. 경미사고는 부상의 정도가 적어도 합의금은 일반 교통사고와 비슷한 수준이다. 보험연구원분석에 따르면, 범퍼 경미손상 사고의 경우 하위 20% 평균 합의금은 32만 원으로, 상위 20% 평균 합의금 210만 원보다 무려 6배 이상 많다. 보험개발원은 이처럼 합의금 편차가 큰 것에 대해 자동차보험의 신뢰도 및 형평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보고, 피해자 보상심리로 인해 과도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어떤 지인들은 추돌사고로 차량이 폐차되어도 몸은 괜찮다며 병원에 내원조차 않지만, 범퍼의 코팅막이 벗겨지는 작은 충격에도 의례적인 보상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이런 사고 가해자는 억울한 기분으로 마지못해 대인접수를 하지만 한번 당한 사람들은 치를 떤다. 그러다가 본인이 피해자가 되면 똑같이 앙갚음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이런 사고들을 블랙박스상으로 확인해 보면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타다가 추돌되는 충격의 정도와 흡사하다. 물론 놀이기구를 타다가도 척추를 다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목이나 허리를 다치는 사람은 주로 노인이나 기왕증이 있는 사람들이다. 건강한 사람이 그 정도의 충격으로 아프다고 하면 꾀병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튜버들은 사고의 전후 사정을 다 빼고 경쟁적으로 보험사를 욕하면서 진단 2주에 무조건 얼마를 받으라고 하거나 MRI에서 디스크가 나오면 1,000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등 보험사기를 부추기고 있다. 보험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돈이라면 모를까, 알고 보면 선량한 보험 계약자들의 돈이다. 이처럼 부당하게 지급된 돈은 다음번 보험료를 올리고, 보험금이 고갈되면 여유가 없어진 보험사들은 중상피해자와 개호환자들에게 야박하게 보상할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지만 한때 보험사기의 증가 원인으로 보험회사와 금융감독원이 지목되었다. 현 제도에서는 아무리 경미한 접촉이라도 보험사는 의무적인 합의를 해야 하고(일부 계약자들은 이를 의아하게 생각함), 영업부서에서는 입원일당에 따라 지급하는 보험을 중복 판매하기도 했다. 보험사기를 감독할 금융당국도 사소하고 시끄러운 민원을 싫어한다. 어떤 정권도 국민의 민원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 사례를 참고하면 우리 사회는 이제 블랙컨슈머와 선량한 소비자를 구분하여 대응할 때가 된 듯하다.

자동차보험 사기꾼은 가짜가 더 진짜 같다. “당신이 의사냐”며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을 하기도 한다. 최근 울산지원 판례에서 흔적이 없는(경미한) 교통사고로 10년간 병원 진료 689회를 받았다가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보험사기 사건이 있었다. 그럼 우리 사회는 10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범죄 사실은 이미 보험사 직원이 10년 전에 알았을 것이다. 보험회사는 10년 동안 왜 치료비와 합의금을 줄 수밖에 없었고, 보험사 직원과 경찰은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짐작컨대, 보험 사기범은 오랫동안 블랙컨슈머로서 보험사 직원을 윽박지르고, 금융감독 당국을 이용했을 것이다. 여기에 경찰관은 사소한 잡범이라고 방치했을 것이고….

일전에는 교통사고로 한방병원에 입원한 코로나 감염환자가 입원 기간 동안 교회와 호텔, 식당을 자유롭게 돌아다닌 사건이 있었다. 우리 사회가 ‘꾀병환자와 사이비환자들’의 천국이 되어가는 동안 중상해 피해자, 개호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 이들의 가족들은 반대로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분들은 전체 사고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이며 사회적 소수이다. 대부분은 어렵게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계층이고 꾀병환자들에 비해 목소리는 약하고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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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유튜브 '보험작가TV' 방송,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수필가('19년 샘터문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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