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해약자 매년 증가세…“보험계약대출·중도인출 등 활용 방안 모색해야”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경기불황에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보험을 깨는 경우가 늘고 있다.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보험을 해약해야 할 만큼 보험료 납입에 부담을 느끼거나 급전이 필요한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보험계약을 해지하면 원금 손실 뿐 아니라 위험에 대한 보장 공백이 발생하고, 추후 다시 가입한다 하더라도 기존 계약보다 가입조건이 더욱 불리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특히 만약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목돈 마련을 위해서라면 섣불리 해지를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보험계약대출이나 중도인출 등 최대한 다른 대안을 먼저 고려해 보라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 불황에 보험도 깬다…해약환급금 지급 건수 1년새 10%↑

최근 생명보험 계약 해지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누적) 해약환급금 지급 건수는 514만3,280건으로 전년도 11월 462만6,774건에 비해 11.2% 늘었다.

2014년 425만439건, 2015년 438만5,712건, 2016년 438만9,812건, 2017년 465만2,913건, 2018년 499만1,437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처음으로 해약환급금이 지급된 건수가 500만 건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해약환급금 규모도 2014년 17조1,272억 원에서 2018년 25조8,135억 원으로 50.7% 증가했다.

손해보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누적) 기준 손해보험 장기해약환급금 규모는 11조8,597억 원으로, 전년 11월 10조7,652억 원에 비해 10.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약환급금이 늘어나는 건 경기불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해석된다. 만기 전 보험계약을 해지하면 계약자 입장에서 무조건 손해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럼에도 해약환급금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건 보험료 납입이 어려워 계약을 중도에 깨야 할 만큼 가계사정이 좋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 보험을 깨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가계경제에 충격을 주면서 올해 보험 해지 증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 (사진출처=PIXABAY)

◇ 원금손실·보장공백 우려…"깨는 게 능사는 아니다"

보험을 해지하게 되면 원금 손실 및 보장 공백, 재가입 시 어려움 등 여러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섣불리 결정하기보다 다른 선택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단기간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라면 일단 보험계약대출 등을 활용해 최대한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고려해보는 게 유리하다.

일명 '불황형 대출'이라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은 은행의 예·적금 담보대출처럼 보험계약자가 가입한 보험계약을 담보로 해지환급금의 50% 또는 90% 범위 내에서 보험사가 대출을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당일 대출이 가능하고 보증인이 필요 없으며, 개인의 신용도와도 무관하게 돈을 빌릴 수 있다. 또한 대출수수료가 없어 단기로 빌릴 때 유용하며, 언제든지 대출금을 상환할 수도 있다. 단, 은행 대출이율보다 고이율로 이자 부담이 큰 편이다.

보험 해약환급금에서 일부를 인출해 사용하는 중도인출 기능을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입한 보험의 적립금 중 일부를 인출해 쓰는 개념으로, 이자를 따로 낼 필요가 없으며 원금 상환도 필요 없다. 대신 중도인출 금액만큼 나중에 받게 될 보험금 혹은 환급금은 당연히 줄어든다. 중도인출은 주로 변액보험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이외 유니버셜보험과 관련된 저축보험, 연금보험, 종신보험 등을 통해서 이용할 수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6개월 이내 상환이 가능하다면 약관대출을 이용하고, 6개월 이후 상환하거나 언제 상환할지 모르는 경우에는 중도인출을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며 “다만 보험가입 시 약관대출이나 중도인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보험에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 약관대출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고 대출이율도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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