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고착화, 시장 포화, 고령화, 손해율 악화 등 첩첩산중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우리나라는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제로(0%대) 금리' 시대에 들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더욱 심각한 경기침체를 초래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가 경기부양책 중 하나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었고, 그동안 금리인하를 주저하던 우리나라도 결국 동참하게 됐다.

더욱이 이번 금리인하는 기존에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방식으로 금리를 조정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0.5%포인트를 한 번에 내린 ‘빅 컷’ 단행이었다.

보험업계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안 그래도 대·내외적 다양한 요인들로 지난 몇 년간 만성적 지병에 시달리듯 시름시름 몸살을 앓고 있던 보험업계를 올해 기어코 바닥에 쓰러뜨릴 강력한 마지막 한 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에게 금리가 떨어진다는 건 이익감소를 넘어 역마진 우려까지 키우는 머리 아픈 문제다.

고객들이 낸 보험료를 굴려 수익을 내야하는 보험사들은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목적으로 국내 채권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데 금리가 떨어지면 이자수익이 하락하게 된다. 자산운용을 해서 거둔 이익보다 고객에 돌려줘야 할 이자율이 커지는 역마진 규모도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파는 안 그래도 저금리 고착화, 시장 포화, 고령화 시대 도래, 손해율 악화 등으로 제로성장 위기에 빠진 보험업계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현재 보험업계는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실적이 고꾸라진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 당기순이익이 2018년 7조2,863억 원에서 지난해 5조3,367억원으로, 1년 사이 26.8% 감소했다. 보험영업 손실이 확대되면서 순이익 4분의 1가량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초저금리 등 보험업계를 둘러싼 악재들은 그대로 산적해 있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위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17일(현지시간) IFRS17 도입이 1년 늦춰지면서 당장 자본조달의 부담은 덜었지만 이에 안도하며 기뻐하는 내색을 보이는 업체들은 정작 거의 없다.

오히려 일부는 2000년대 전후로 경기 부진과 저금리 등으로 역마진이 심화되면서 일본 생명보험사 7곳이 줄줄이 파산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번에 비슷한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한편으로는 이 기회에 부실한 업체들은 정리 될 필요가 있다는 단호한 쓴소리도 나온다.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고 살얼음판이다. 보험업계는 지금 그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더 이상은 외형 성장과 단기 실적에 몰두한 과열경쟁 관행을 답습한다면 미래는 보이지 않게 된다.

보험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 주요 보험사 CEO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중심으로 가치경영이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보험업 본연의 경쟁력 제고와 경영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위기 속 운신의 폭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지만, 결국 그 안에서도 분명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경영 환경이 악화될수록 어떤 보험사가 가장 기본에 충실한 영업을 했는지 판명될 것이다. 결국 살아남는 업체들 대부분이 그러한 업체들 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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