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정보 실시간 업데이트 소홀로 활용도↓…“페널티 부과해야”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의무적으로 3개 이상 회사의 상품을 비교·설명해야 하는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업체들이 보험사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교·설명 과정에서 설계사 업무 편의성과 보험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정작 상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력 할 의무가 있는 보험사들이 해당 업무를 뒷전으로 미룬 채 방치하고 있어서다.

상품 데이터 부족 및 주요상품 내용 업데이트 미흡으로 활용도가 떨어지다 보니 설계사들도 이용을 외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소비자 권익 강화 및 만족도 제고 차원에서 애써 만들어진 시스템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실시간은커녕 2018년이 마지막 업데이트?

▲ (사진제공=PIXABAY)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소속설계사 수 500인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GA는 보험계약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3개 이상 보험사의 동종 또는 유사 상품을 비교·설명한 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설명 내용에 대해 소비자에게 자필서명 확인서도 받아 보관하도록 되어 있다.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지난 2016년 9월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이전 금융기관보험대리점에만 적용되던 ‘보험상품 비교·설명 제도’를 지난 2017년 4월부터 소속 보험설계사 500인 이상의 대형 GA로 확대 시행함에 따른 것이다.

이후 보험대리점협회는 이 제도의 원활한 시행과 빠른 안착을 위해 지난 2018년 2월 ‘보험상품 비교·설명 시스템’ 전산망을 구축했다. 금융감독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GA업계, 보험업계와 함께 TF를 구성하고 논의하여 이뤄진 결과물이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비교·설명 자료 전산 입력 작업에 소극적으로 응하면서 애써 만들어진 시스템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보험금 및 지급사유 ▲보험기간 ▲보험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사유 ▲해지환급금 관련 사항 ▲재계약에 관한 사항 ▲해당 보험상품의 차별화된 특징 등의 자료를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매월 신규 상품 및 개정된 내용의 비교·설명 자료를 전산에 제때 입력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NH농협생명, 신한생명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수준이다.

대형 GA업체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매월 직접 자사 상품 데이터 업데이트를 해줘야하는 상황인데 업무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설계사들의 원활한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등록된 총 상품이 6개 밖에 되지 않거나, 심지어 2018년 이후 상품 업데이트를 전혀 안하는 업체도 있을 정도이다”라고 토로했다.

현재 보험대리점협회가 시스템 운영·관리를 하고 있으나, 전산을 통해 주요상품 정보 등록 및 수정·삭제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전적으로 각 보험사에 맡겨져 있다. 보험사들의 상품 내용 등록이 지연되거나 1년 이상 업데이트가 전혀 이뤄지지 않더라도 협회 차원에서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비교·설명 자료는 보험사에서 제공해 주는 것만 사용 가능하다”며 “현장의 설계사들로부터 미흡한 상품 등록 현황에 대한 개선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보험사에 연락을 취해 입력을 독촉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답답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 설계사 이용률 10%…“보험사 페널티 줘야”

등록된 상품 데이터 부족 및 업데이트 지연 등으로 인해 영업에 원활한 활용이 어렵다 보니 전산 시스템을 이용하는 설계사들도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500인 이상 대형 GA에 소속된 설계사 13만여 명 중 협회 측 상품비교설명시스템을 이용하는 설계사는 약 1만3,000여 명 정도로 추정된다. 시스템이 구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용률은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최근 리치앤코, 아이에프에이, 에이플러스에셋, 피플라이프 등 대형사 4곳이 보험대리점협회 협조 하에 자체 웹 및 모바일로 상품비교를 한 뒤 전자로 고객 서명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으나, 이 역시 같은 이유로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생·손보협회 공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상품개발부서가 아닌 GA채널 담당부서에 업무가 배정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험사 내 GA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싶어도 물리적 시간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부서 내 명확한 담당자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업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보험사들 중에는 상품비교설명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요구 사항이 워낙 많아 다 해주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는 게 GA채널 담당 실무자 측의 고충이다. 만약 누락 된 업무가 있다면 얼른 개선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향후 대형 GA들은 연합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보험사에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며, 이후 필요시 금융당국에 강제이행 등의 민원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GA업계 한 관계자는 “시스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품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며 “보험사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임에도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소홀히 하고 있는 업체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해당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시 과태료 부과 등 페널티가 적용되어야만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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