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은행이나 보험, 카드사에서 서비스를 받으려면 종전에 비해 절차가 매우 번거로워진 것을 느낀다. 세부적인 개인정보 활용에 일일이 동의해야 하고, 보통 15~20장이나 되는 서류를 작성하지만 전부 읽어볼 수도 없고, 읽어보더라도 특정 부분을 거부하면 서비스 진행이 바로 정지된다.

유선으로 통화해도 동의 여부를 묻는, 숱한 질문에 “네네” 답하지 않으면 진행이 스톱된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을 보유하고 있으나 웬만한 정보는 이미 다 새어나가서 스팸메일과 스팸전화는 매일 오고 보이스피싱도 줄지 않는다. 고객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불편한 절차를 강요당하고, 금융기관도 종이, 시간, 인력 등 자원이 추가로 투입되어 상품원가가 상승한다. 그 부담은 다시 고객에게 전가될 것이다.

법규제가 엄격할수록 금융기관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형식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데이터 3법은 정보 주체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고, 데이터 활용만 막는 답답한 법률이다. 이번 데이터 3법 개정으로 불합리한 부분이 크게 해소되었으면 한다.

데이터 3법 개정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약칭), 신용정보법(약칭) 개정을 말한다. 2018년 11월 15일 국회에 발의되었고 2020년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올 7월부터 시행된다. 이는 보험뿐만 아니라 전 산업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일상생활에도 큰 변혁을 가져올 법 개정이다.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하여 빅데이터로 활용한다는 것인데, 빅데이터의 활용도와 부가가치가 높아 미래의 원유로 불린다.

국회에 데이터 3법이 발의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➀ 우리는 IT 강국이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정보보호규제로 인해서 데이터 활용도는 저조하다. 2017년에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의 자료에 의하면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에 불과하고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수준은 전 세계 63개국 중 56위에 그쳤다.

2019년 5월에는 유럽연합에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시행되어 전 세계 정보보호 법제를 대표하게 되자 우리나라도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➁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인터넷기반 정보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적이다.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AI)의 실력은 프로기사들의 무수한 기보(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한 결과인 것이다. 특히 다급해진 산업체의 요구가 지속되었고, 빅데이터와 AI기술 활용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와 언급이 다소 늦었지만 입법 과정에 한몫했다.

③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주관으로 관계부처·시민단체·산업계·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해커톤’ 회의 합의 결과 국회에 입법을 특별 권고하였다.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안재근 의원을 비롯하여 노웅래, 김병욱의원 등이 대표 발의하여 1년 2개월 만에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데이터 활용의 예를 하나 든다면, 미국 어느 은행은 휴대폰 통화량이 적은 사람들에게 대출을 까다롭게 한다. 경제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통화량이 많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통신사는 나에 대한 기본 정보뿐만 아니라 월평균 통화시간이나 통화 빈도, 납부 요금, 연체 여부와 연체 액수, 보유 단말기 종류 등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통신사 정보가 가명 처리되어 포털 등 인터넷기업과 유통회사, 약국 의료정보와 결합이 되면 활용도 높은 정보가 되고, 데이터 3법 개정으로 이러한 가명 정보는 다른 기업에 공유되거나 거래될 수도 있다.

모바일기기의 통화정보와 위치정보(GPS)는 많은 개인정보를 포함한다. 야간에 통화를 한다면 통화 위치에서 휴대폰에 등록된 주소지로 교통 수요가 있는 것을 의미함으로 심야에 주행하는 올빼미 버스의 노선을 정할 수 있고, 휴대폰의 밤과 낮의 위치를 분석하면 베드타운에서 시내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동선도 파악이 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휴대폰부터 만진다. 그럼 기상 시간이 되고 터치가 없으면 수면시간이 된다. 통신사 정보와 의료정보가 결합되면 일상생활 습관과 병명과의 인과관계도 규명해볼 만 하다.

아마존은 고객들의 인터넷 검색내용과 기존 주문내역을 인지하여 구매대상 물품을 해당 지역으로 미리 배송하여 근처 고객이 주문하면 신속히 배송한다고 한다. 또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되는 데이터를 통해서도 개인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10개를 분석하면 직장동료보다 더 잘 알고, 좋아요 70개를 분석하면 친구보다 더 잘 알고, 좋아요 300개를 분석하면 와이프보다 성향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한다.

다음 편에서는 데이터 3법 개정내용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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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유튜브 '보험작가TV' 방송,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수필가('19년 샘터문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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