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화 방안에도 가입률 평균 9.0%서 8.4%로 오히려 하락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택배·대리운전 기사나 소방관, 경찰 등 ‘고위험 직업군’ 고객들의 실손의료보험 가입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에 비상 걸린 손해보험사들이 일반 20~30대 젊은 고객층까지도 인수 심사기준을 강화하며 이른바 디마케팅(Demarketing)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위험직군 보험 가입자를 가려 받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위험직군 가입률 평균 8.4%

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말 기준 10개 손보사(삼성화재, 흥국화재, DB손보, 한화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MG손보, 현대해상, 농협손보, 롯데손보 등)의 실손보험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평균 8.4%로 집계됐다.

▲ (자료출처=손해보험협회)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최근 1년간 전체 신계약건수 중 상해위험등급 3등급(보험개발원 직업등급표 기준 D및 E등급) 가입자가 포함된 계약건수의 비율을 말한다.

다시 말해 최근 1년간 맺은 실손보험 신계약 중 소방관, 격투기 선수, 대리운전 기사 등 D및 E등급에 해당하는 위험직군 가입자가 포함된 계약건수의 비율이 평균 10%를 밑돌고 있다는 뜻이다.

업체별로 보면 롯데손보의 위험직군 실손보험 가입률이 4.3%로 가장 낮다. 농협손보와 현대해상도 위험직군 실손보험 가입률이 각각 4.8%. 5%로 낮은 축에 속한다.

앞선 업체들 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MG손보(7.7%), 메리츠화재(8.6%), KB손보(9.2%)도 위험직군 실손보험 가입률이 10%를 넘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위험직군 고객을 가장 잘 받아주는 업체는 삼성화재로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위험직군 실손보험 가입비율이 12.2%로 업계 내에서 가장 높다.

뒤를 이어 흥국화재(11.2%)와 DB손보(10.6%), 한화손보(10.4%) 등이 두 자릿수 가입비율로 높은 축에 속했다.

◇ 가입 활성화 방안에도 오히려 높아진 문턱

보험사들이 직업 특성상 사고 위험성이 높은 위험직군 종사자들의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특정직군의 보험 소외 현상이나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난 2018년 상반기부터 업체별로 위험직군의 보험 가입비율과 거절직군수를 공시하도록 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2018년 12월 말 기준 평균 9.0%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8.6%으로 0.4%포인트 하락한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 8.4%를 기록하면서 꾸준히 하락 추세다.

업체들은 사회 통념상 위험직군 종사자들이 고생하고 있는 만큼 보험가입이 수월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아무런 대안도 없이 섣불리 손해율 리스크가 큰 직업군의 가입을 늘리는 건 오히려 다른 일반 가입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위험직군 종사자들은 직업 성격상 각 직군별로 공제회를 통해 보장 받도록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며 “똑같은 울타리에 안에 넣어 손해율이 악화되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30%까지 급등한 실손보험 손해율 문제가 실적 부진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최근 보험사들은 일반 가입자들에게 까지 가입 문턱을 높이는 디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방문진단 검사 항목을 추가하거나 방문진단 심사 기준 연령을 20세까지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가입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위험직군에 대한 보험가입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 그래도 업계 전반이 손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위험직군 종사자들의 가입을 활성화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민간보험사가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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