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자·고령자 가입문 '활짝'…커지는 리스크 관리 '우려'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국내 보험시장은 저출산‧고령화로 포화상태 이른지 오래다.

보험에 관심이 있거나 가입할 만한 사람들은 이미 거의 다 가입했고, 미래의 주요 잠재고객인 밀레니얼 세대(지금의 20~30대)들은 비혼(非婚)이나 욜로(YOLO) 등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 이전 세대와 급격히 달라지면서 보험에 점차 무관심하거나 그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갈수록 보험 판매를 위한 영업환경이 극악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결국 보험사들은 다양한 ‘틈새시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나이가 많거나 병력이 있어 보험 가입이 녹록치 않던 사람들도 쉽게 가입 가능하도록 가입요건을 완화한 ‘간편심사보험’ 상품 출시가 범람하고 있는 것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사실 과거 보험사들은 일반 건강한 가입자에 비해 병원 방문이 잦을 수밖에 없는 유병자·고령자의 보험 가입을 그다지 환영하지 않았다. 보험금 지급 증가로 인한 리스크가 큰 탓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어려운 업황으로 더 이상 파이를 키울 구멍을 찾지 못하고 있는 보험사들은 이제 노년층이나 질병 이력이 있는 고객도 아주 간단한 심사만 거치면 가입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고 있다.

계약 전 보험사에 알릴 의무를 대폭 축소하고, 입원・수술의 고지기간을 단축하는 보험상품이 늘어나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보유자뿐만 아니라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으로 오래 전에 수술・입원한 적이 있는 사람도 보험 가입이 한결 수월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반보험에 비해 보장내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보험료도 1.1~2배 더 비싸다.

그럼에도 당장의 보험 가입 자체가 절실한 고령자 및 유병자들에게 간편심사보험은 ‘마지막 동아줄’과도 같은 상품임은 분명하다. 기존 보험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이 강화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간편심사보험 시장을 마치 곧 터질 '시한폭탄'처럼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업체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근 ‘3·2·5’ 원칙마저 깬 ‘초간편심사보험’까지 등장하자 향후 보험사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 관리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심사과정을 축소하고 인수기준 완화한 간편심사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위험 상품이다. 단기실적·외형확대 목적으로는 유리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손해율 검증이 되지 않아 상당한 위험을 껴안게 된다.

애초에 손해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보험료에 할증을 붙이고 있는 만큼, 문제될 요인이 없다는 게 전반적인 보험사들의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당장 수익성 향상을 위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간편심사보험 확대가 추후 어떤 문제점이나 결과로 돌아올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올해 보험산업 전체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0.0%로 성장 정체가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전반의 화두로 ‘가치 경영’이 대두되고 있다. 이제는 고위험 상품 개발을 지양하고 체계적인 손해율 관리와 보험사의 장기적인 가치를 높여나가는 가치경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는 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더 이상 단기실적 중심의 과열 경쟁은 해답이 될 수 없다. 앞서 치매보험과 치아보험처럼 과당 경쟁의 부작용으로 향후 손해율이 우려되는 상황이 생기자 얼른 보장 내용을 축소하거나 판매를 중단해버리는 사례가 더는 늘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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