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상에 130회 통원치료, 치료비 670만원·합의금 700만원

[보험매일=이흔 기자] 자동차보험에서 경상 환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 상위 4개사의 경상 환자 1인당 평균 지급 보험금이 지난해 174만3천원으로 전년(155만9천원)보다 11.8% 늘었다.

경상 환자는 교통사고 상해등급이 10∼14등급인 경우이고, 보험금은 대인·타차대인·무보험차 등 3개 담보를 기준으로 했다.

경상 환자 1인당 평균 지급 보험금은 2015년 123만4천원에서 2016년 131만7천원, 2017년 141만9천원, 2018년 155만9천원, 2019년 174만3천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증가율로 보면 2016년 6.7%, 2017년 7.7%, 2018년 9.8%, 2019년 11.8%로 해마다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경상 환자 1인당 평균 지급 보험금의 증가율(11.8%)은 자동차보험의 전체 평균 지급 보험금 증가율(4.9%)의 배를 넘는다.

경상 환자 지급 보험금이 늘어난 배경으로 업계는 한방 치료 확대와 수가 인상을 꼽고 있다.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경상 환자(상해등급 12∼14등급 기준)의 진료비 중 한방 비중이 61%나 될 정도로 경상 환자의 한방 선호가 뚜렷했다.

진료비는 한방이 양방보다 월등히 비쌌다. 1인당 평균 진료비가 한방이 양방의 2.7배나 됐다.

최근 들어 유튜브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교통사고 합의금을 많이 받는 방법'과 같은 콘텐츠가 널리 유통되고 있는 점도 경상 환자 보험금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영상을 보면 보험업계 종사자를 표방하는 이들이 '이렇게 하면 2주 진단으로도 합의금을 1천만원 받을 수 있다'고 솔깃한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경미사고 피해자의 치료비 양극화는 이런 현상을 방증한다.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범퍼의 투명막이 손상되는 경미한 사고를 당한 상해등급이 14급인 환자의 치료비를 5등급으로 분류한 결과 상위 20%의 치료비가 152만원으로 하위 20%(3만원)의 50배나 됐다.

이른바 '나일론 환자'가 많은 치료비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자동차보험은 배상책임보험인 데다가 대인Ⅱ 담보는 보상한도가 무제한이어서 피해자가 부상을 치료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얼마나 되든 지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미하게 다쳤더라도 피해자가 병원에서 수년간 치료를 받았다는 것을 입증하면 치료비와 치료에 따른 휴업 손해 등을 보험사가 다 줘야 한다.

물론 보험사가 소송에 나설 수 있으나 소송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민원도 발생해 보험사는 대개 적당한 선에서 피해자와 합의하는 방법을 택한다.

이렇게 과잉진료로 보험금이 많이 지급되면 보험료가 오르게 되고 그 부담은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나눠서 지게 된다.

보험업계는 경미한 차 사고에서 부상자에 대한 배상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올해 주요 사업계획 중 하나로 경미사고 인적 피해에 대한 객관적 상해 기준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기 수준급의 '합의금 많이 받는 방법' 콘텐츠들이 젊은 층을 통해 확산하면서 과대 보상심리로 인한 부작용이 보험금 누수로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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