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RC·MP 등 명칭만 10개 이상…법적 용어인 ‘보험설계사’ 자취 사라져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FC·FP 등 보험사마다 차별성을 내세워 보험설계사를 지칭하는 제각각의 용어들이 궁극적으로 보험소비자를 현혹시켜 각종 피해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FC·RC·MP 등 명칭만 10개 이상 ‘혼란’

보험업계에 따르면 업체마다 보험설계사 대신 사용하는 명칭은 10개 이상으로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중 보험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명칭은 소비자의 재무를 상담하거나 설계하는 재무설계사란 의미의 ‘FC(Financial Consultant)’로, 삼성생명·NH농협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흥국생명 등 주로 생보사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는 일부 설계사들이 주식형펀드나 세무상담을 연계해 주기도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교보생명·메리츠화재 등도 재무설계사를 뜻하는 ‘FP(Financial Planner)’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화재·MG손해보험 등 손보사들은 사고나 상해를 주로 보장하는 업계 특성을 반영해 RC(Risk Consultant, 위험관리사)라는 이름으로 설계사들을 부르고 있다.

이 밖에도 업체별로 DB손해보험은 ‘PA(Prime Agent)’, KB손해보험은 ‘LC(Life Consultant)’, 롯데손해보험은 LC(Lotte Consultant)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푸르덴셜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도 각각 ‘LP(Life Partner)’, ‘FSR(Financial Services Representative)’이라는 명칭을 사용 중이다.

▲ (사진출처=PIXABAY)

◇ 법적 용어는 ‘보험설계사’인데…

2013년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과거 ‘보험모집인’으로 불리던 것에서 ‘보험설계사’로 변경됐다. 보험모집인이라는 명칭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을 준다는 업계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이후 보험사들이 법적 용어인 ‘보험설계사’라는 명확한 표현 대신에 FC, PA, LC, FSR, MP 등 제각각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두고 금융소비자단체 측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나같이 의미를 직관적으로 알 수 없는 영문 일색인데다 명칭 어디에도 소비자들이 명확히 알 수 있는 ‘보험’ 설계사란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설계사를 ‘종합금융전문가’ 등으로 표현하는 것 역시 소비자를 기만하는 과장된 명칭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해당 명칭에 기반하여 재무설계 컨설팅을 미끼로 접근한 후 보험 판매를 일삼는 영업 방식이나 설계사 모집 광고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보험국장은 “재무설계사나 금융전문가라는 호칭을 사용하려면 공인된 기관에서 실시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여야 하며, 종합금융전문가는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모든 금융에 정통한 자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과연 실제로 해당 자격을 갖춘 보험설계사가 몇 사람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 국장은 이어 “보험설계사라는 명칭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부정적 이미지를 준다고 해서 용어를 바꿀 것이 아니라 부정적 이미지 자체를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보험설계사를 보험설계사라고 자랑스럽게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모집 과정에서 최근 일부 생보사가 ‘겨울방학 인턴 금융전문가’, ‘청년 금융체험단’ 등을 내걸고 마치 내근직원을 모집하는 것처럼 속여 대학생들을 보험설계사로 뽑는 관행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보험국장은 “인턴십을 표방한 보험설계사 모집에 속아 취준생들이 본사 직원 채용인지 알고 지원했다가 같은 시기 취업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며 “일부 취준생들은 보험설계사인지 모르고 입사한 뒤 상품 판매 압박에 가족 등 지인 등에게 불완전 판매를 하고 끝내 그만두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