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마이너스, 이대로는 비전 없어"…제도 정상화 방안 ‘골몰’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저금리·저성장·고령화 3중고로 보험업계 전반이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특히 손해보험사의 수심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주력상품인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에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는 탓이다.

뜻대로 보험료를 인상 할 수도 없는 처지다 보니 업체들은 저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가입 문턱을 높이거나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이에 올해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상품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당국과 보험업계 전반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 흑자는커녕 '적자 폭 줄이기'가 목표인 실손‧車보험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현대·DB·KB·메리츠·롯데·한화·흥국 등 국내 주요 손보사 8곳의 당기순이익 총 합계가 1년 새 9,500억 원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손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조7,573억 원으로 전년도 2조7.024억과 비교해 35.0% 감소했다. 손보업계 내에서 작년 한 해 동안에만 약 1조 원에 육박하는 순익이 줄어든 것이다.

대내외적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지만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최근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은다.

▲ (사진출처=PIXABAY)

실제로 지난해 말 중소사와 대형사 가릴 것 없이 일제히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00%를 넘어섰으며, 자동차보험의 영업적자는 1조6,000억 수준으로 전년도 7,237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손보업계 효자상품에서 만성적자 상품으로 전락한 실손보험의 경우 2017년 121.3%로였던 손해율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30%를 넘어선 상태다. 이에 따라 연간 총 1조7,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해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제 때 보험료 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 수익성 악화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자동차보험의 경우 당초 작년 업계 목표치가 마이너스 2조원이었을 정도인데 그 보다는 적으니 적자임에도 선방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같은 상태로는 비전이 없다”라고 말했다.

◇ “소비자 피해 막아야” 제도 정상화 방안 ‘골몰’

정부 입김에 보험료 인상마저 요원해지면서 손보사들은 해당 상품의 적자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가입 문턱을 높이고 보험금 지급 심사를 깐깐하게 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보험의 경우 블랙박스 할인 특약 폐지 등 각종 할인 혜택도 서서히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손해율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면서 보험료 인상 등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 불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업계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올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낮추기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개발원은 올해 보험유관기관들과 공동으로 근본적인 자동차보험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건강보험수가, ▲일용근로자 임금, ▲정비공임, ▲부품가격 등 자동차보험료 원가 변동요인의 보험료 적기 반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자동차보험 원가지수를 개발·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인 비급여 진료비 증가와 관련해 미흡한 제도적 실태조사나 관리방안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진료비 영수증 및 진료비 세부내역서가 전산 집적이 되지 않아 인력과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보니 비급여 진료비의 증가를 분석하기 위한 충분한 통계 집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급여 진료비의 체계적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통계 집적 및 분석을 강화하고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진료행위 분석,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상품개발 및 제도개선 지원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정부 부처와 의료계, 보험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이다 보니 누구 한 쪽의 책임으로만 전가할 수 없는 없는 문제인데 그동안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는 반드시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이는 자리가 많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