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하마터면 이런 것도 모르고 살 뻔 했다
창과 방패, 고지의무와 설명의무
이동신 수석  |  ssjames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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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14  11: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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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All for one, One for all).”

독일의 경제학자 마네스(Manes)가 말했다는 이 말은 보험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이런 보험의 특성으로 유럽에서는 3대 성직(聖職)으로 의사, 목사 다음에 보험사 직원을 꼽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보험사 직원이 간간이 듣는 욕이 ‘도둑놈’이다. 왜 그럴까? 보험은 담보된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만 보상한다.

질병보험의 경우 담보된 위험(병명)이 약관의 부보 내용과 정확히 일치해야 보험금이 지급된다. 건물에 불이 났을 경우에도 건물소유주가 누구냐에 따라서 보상 여부와 금액이 달라지고, 발화원인과 소유주의 인적관계에 따라서는 보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자동차사고로 사람이 다쳤을 경우에도 누가 운전했는지, 같은 피해자라도 가해자와의 인적관계에 따라서 개인마다 보상 여부와 보상금액이 달라진다.

예전 자동차보험에서는 운전자 나이 계산으로 분쟁이 많았다. 만 26세 이상 운전한정특약에서 만 25세 자녀가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대인배상1을 제외한 전 담보가 보상되지 않는다. ‘만’이라는 글자 하나 차이로 자손 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인데, ‘만’ 나이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나이로 26세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었다. 자필서명에는 분명 ‘만’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1,000페이지가 넘는 생명보험약관도 본 적이 있지만, 보상이 되고 안 되고는 자동차보험처럼 단 한 줄, 한 단어의 차이인 경우가 많다.

보험 가입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 사고가 발생하면, 당연한 보상을 바라는 계약자와 약관의 내용을 앞세우는 보험회사 사이에는 항상 분쟁이 있어 왔다. 그중에서도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와 보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분쟁은 약방의 감초와 같았다. 고객은 그런 내용을 잘 모르고 계약했다고 주장하고, 보험사의 대리인인 취급자는 충분한 설명을 다 했다는 반대 주장을 한다. 창과 방패와도 같은 이러한 분쟁에서 취급자의 입증이 부족하면 불완전판매에 해당된다.

보험사는 보험계약 시 중요한 사항에 대해 청약서상 질문표를 만들어 놓고 계약자의 위험도를 평가해 왔다. 이때 계약자가 질문표에 허위로 기재하면 고지의무 위반이 된다.

2016년 3월, 아들이 오토바이 운전 중 사고로 사망하자, 부친 A씨는 보험계약을 했던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계약 당시 유족 A씨의 아들은 오토바이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음에도 오토바이 운전 여부 등을 확인하는 질문표에 ‘아니오’로 답했다. 분명한 고지의무 위반이었다.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친 A씨는 ‘오토바이로 인한 사고 시 보상되지 않는다’라는 것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오토바이 운전 여부는 보험계약에서 중요한 사항이므로 이에 대한 고지의무가 있다는 점에 대해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주었다.

2심 재판부는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할 경우 특별약관이 부가돼야 한다는 사실, 오토바이 운전 여부와 관련해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 등에 관해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지난 8일, 이에 대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보험사가 보험약관에 대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고객의 ‘고지의무’와 보험사의 ‘설명의무’ 중 전문적 지식을 가진 보험사의 ‘설명의무’를 더 우선시했고, 보험소비자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했다.

오토바이나 전동킥보드 등 위험도가 높은 개인용 모빌리티가 다양해지고, 확대일로에 있는 시점에서 이번 판결은 보험사의 설명의무와 책임의 범위를 분명히 했다. 보험회사도 계약 직후 보험가입자들에게 녹취를 동반한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데, 위험률이 다른 개인에 대해서는 특약 형태로 상품을 더욱 세분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오토바이나 전동킥보드를 타는 운전자는 특약으로 해서 비싼 보험료를 받거나 이륜차로 인한 사망 사고 시 보험금을 낮추어 지급하는 방식으로 분쟁의 여지를 없애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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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유튜브 '보험작가TV' 방송,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수필가('19년 샘터문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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