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보유 부동산 3년 새 8.3% 감소... 삼성생명 19% 감소로 업계 최대 규모

[보험매일=신영욱 기자] 보험사들의 부동산 매각이 늘고 있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대비 자본 확충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 부동산 매각에 열 올리는 보험사들

12일 금융감독원 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생명보험사들의 부동산 자산은 12조 6,427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7년 9월의 13조 7,398억 원보다 1조 1,471여 억 원 감소한 수치다. 불과 3년 사이에 약 8.3%가 줄어든 것이다. 

업체별로 살펴봤을 때 부동산 자산 규모가 가장 크게 줄어든 업체는 업계 맏형격인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9월 부동산 자산은 4조 2,0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의 5조 1,784억 원보다 약 19%(9,747억) 감소한 수치이다.

삼성생명 부동산 자산 급감은 지난 몇 년간의 행보와 연결된다. 지난 2018년 강남에 위치한 대치 2빌딩을 한화 자산운용에 매각한 삼성생명은 이후 서울과 수원, 부산, 광주 등에 위치한 6개의 빌딩까지 종합 부동산그룹인 MDM에 판매했다.

아울러 대전, 분당, 안양 등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도 정리를 진행했다. 여기에 인천 구월동 사옥 매각에 나서는 등 삼성생명의 부동산 매각 작업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생명과 함께 생보 빅 3 자리를 맡고 있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역시 부동산 매각 작업에 한창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8년 인천과 충주 두 곳의 사옥 매각을 진행했다. 또 한화생명은 4,000평 규모의 성남 사옥을 매각한 바 있다.

부동산 정리에 나선 것은 손보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최근에는 손보 빅 5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해상이 이사회를 통해 강남 사옥 매각을 공식 결정했다. 현대해상은 이달 말 주관사를 선정한 뒤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삼성화재는 손보업계에서 지난 몇 년 사이 가장 많은 부동산 정리를 진행한 업체이다. 지난 2017년 본사로 사용하던 을지로 사옥과 그 외 부동산을 정리했다. 

현재 삼성화재의 부동산 자산은 7,600여 억 원이다. 지난 2015년 1조 3,300여 억 원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던 것을 감안하면 5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부동산 다이어트를 진행한 것이다. 

이밖에 메리츠화재 역시 지난해 여의도 사옥의 매각을 진행하는 등 보험사들의 부동산 매각이 늘고 있다.

◇잇따른 부동산 매각, 이유는?

보험사들이 부동산 매각에 나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첫 번째는 신지급여력 제도(K-ICS)에 따른 재무 건전성 확보다.

신지급여력 제도 도입 후부터 부동산 보유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 적립금 축적이 요구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부동산 보유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을 6~9% 수준으로 보지만 신 지급여력 제도에서는 25%까지 넓게 보기 때문이다.

현행 지급여력(RBC) 비율에 없는 대재해·자산 집중 등 리스크 항목이 신설되는데다, 신뢰 수준 상향 등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억 원의 부동산 자산 보유에 대해 현행 제도에서는 6~9억 원의 준비금이 필요하지만, 보유 자산의 가격 변동 폭을 더 넓게 보는 신지급여력 제도에서는 25억 원의 준비금이 필요해진다.

때문에 보유 부동산 자산이 많은 보험사일수록 더 많은 자본금 확충이 요구된다. 이에 부담을 느낀 보험사들이 부동산 정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보유 부동산 자산 규모가 가장 높던 삼성생명이 가장 많은 부동산 매각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지급여력 제도 도입을 대비해 부동산을 정리하는 보험사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보유 부동산 규모에 따라 자본확충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향후 보험사가 보유한 부동산이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유 부동산의 가격 상승도 부동산 정리의 한 이유"라며 "최초 구매 당시와 비교했을 때 충분한 시세 차익을 얻을 만큼 가격이 올랐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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