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심사, 특약 통한 고객 유치 나서... 향후 손해율 악화 역풍 가능성 존재

[보험매일=신영욱 기자] 보험사들이 고령자와 유병자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을 타깃으로 한 간편심사 상품 출시가 늘고 있는 것인데, 이는 고령자와 유병자를 외면하다시피 했던 과거 보험사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행보이다.

포화된 시장 속에서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가입자 유치로 손해율 악화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간편심사 상품 출시 '봇물'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간편심사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NH농협손해보험은 ‘무배당 투 패스 초간편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3개월 이내 입원·수술·추가 검사 등에 대한 의사 소견 여부 ▲1년 이내 질병 또는 상해로 입원·수술 여부만 고지하면 고령자와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고지기간이 최대 1년이기 때문에 고령자나 유병자라도 손쉬운 가입이 가능하다. 

삼성화재도 지난달 13일 ‘유병자 실손의료비보험’을 내놓았다. ▲3개월 내 입원·수술·추가 검사 필요 소견 여부 ▲2년 내 입원·수술·7일 이상 치료 여부 ▲5년 내 암(백혈병 제외) 진단·입원·수술·치료 여부 등 3가지 기준만 통과하면 된다. 다만, 일반 실손의료보험과는 보장 내용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

간편심사 상품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생보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2일 ‘한화생명 간편 가입 100세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간편 심사를 통해 고혈압·당뇨 환자는 물론, 고령자까지 가입 가능한 상품이다. 

또 NH농협생명은 지난달 2일 하나만 묻는 NH암보험 내놓았다. 이 상품은 5년 이내 암·제자리암·간경화 치료 사실만 없으면, 고령자나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다. 두 가지에서 세 가지의 심사기준에 부합해야 하는 대다수의 간편심사 상품과 달리 심사기준이 단 하나만 존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험 수요 확실한 신규 고객층… 향후 부메랑 가능성 존재

보험사들의 간편심사 상품 출시 행렬은 국내 보험시장의 포화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이던 중·장년층 시장의 포화로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움에 빠지자, 새로운 고객층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일환으로 젊은 층 고객 유치를 위한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기는 하나,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내고 있지는 못하다. 오히려 보험사들의 노력과는 반대로 젊은 세대의 보험 가입 외면 현상은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이에 그간 보험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나 가입에서 제외되다시피 했던 고령자와 유병자를 새로운 타깃으로 삼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유병자보험과 간편심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은 보험 보장에서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여성 기준 생명보험 가입비중을 살펴보면 40대는 72.6%, 50대는 68.6%인데 반해 60세 이상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3%에 불과했다.

이들은 젊은 층과는 달리 수요가 확실한 데다, 나이가 많거나 과거 병력까지 있기 때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높은 보험료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간편심사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 중에는 일반인보다 두배 가량 높은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는 곳까지 확인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의 간편심사 상품 출시 레이스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고령자와 유병자는 보험금 지급 상황 발생 확률이 일반인보다 높기 때문에 손해율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자와 유병자를 주요 목표 고객으로 한 상품" 이라며 "앞으로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다 보면 연령제한이나 보장 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손해율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