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산업 키운 日보험사...KB손보 벤치마킹 효과는?

[보험매일=신영욱 기자] 고령화로 인해 국내 보험산업이 어려움에 빠져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대책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 보험사들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일본의 보험사들은 ‘요양 사업’이라는 방법을 통해 고령화 가속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아직 소수이긴 하나, 요양 사업 시장을 조준하는 보험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령화 위기 기회로 만든 일본 보험업계

현재 국내 보험업계는 고령화와 저성장 등의 영향으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 보험사들의 경우 요양산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주목했다. 이미 포화된 시장 안에서의 경쟁이 아닌 변화하는 인구 형태에 맞는 새 시장 창출을 통한 먹거리 확보를 노린 것이다.

일본 대형 손보사인 손보재팬은 지난 2012년 요양 업계 9위 기업인 시더의 지분 인수를 통해 요양 사업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손보재팬이 요양 사업을 시작한 2012년은 일본 경제가 극심한 저성장 위기에 빠져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저성장과 고령화의 위기 속에서 앞으로 실버산업이 커져나갈 가능성을 간파하고, 요양산업을 정조준해 발 빠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후 손보재팬은 2015년에는 요양 업계 6위인 와다미케어를, 이듬해인 2016년에는 업계 3위인 매세지 등의 요양 기업 M&A(인수합병)를 감행했다. 그 결과 손보재팬은 현재 298개의 고급 시니어타운과 129개의 고령자 주택을 보유한 요양 업계 2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의 양대 보험그룹인 미쓰이스미토모와 도쿄해상 역시 요양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는 4곳의 시설요양과 20곳의 방문요양을, 도쿄해상은 11곳의 요양시설을 운영 중이다. 또 동화손보에서는 4곳의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데이케어센터란 오전부터 오후까지의 시간 동안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이용자가 오전에 나와 오후에 귀가하게 되는 학교의 등·하교와 같은 시스템이다.

이처럼 여러 일본 보험사들의 실버산업 중에서도 요양사업을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지금까지 축적된 고령 고객들의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과 같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요양사업 개척나선 KB손보

국내 보험사 중에는 KB손보가 일찍이 요양 사업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6년 12월 요양사업 목적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 설립했다. 이 회사는 보험업권을 넘어 국내 금융업계 유일의 요양사업 자회사이다.

KB손보는 이어 같은 달 27일 서울시 강동구에 1호 요양 사업장인 ‘강동케어센터’를 개소했다. 이곳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 정한 주야간보호(데이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4월에는 2호 사업장인 ‘위례빌리지’의 오픈을 통해 더 나은 요양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 위례빌리지는 데이케어가 아닌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한 24시간 생활케어를 지원하는 선진국형 요양 시설이다. 대부분이 시골에 위치한 기존 요양시설과 달리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 문제를 해결했다는 특징이 있다.

업체측에 따르면 위례빌리지는 지금 신청해도 5년 후에나 이용이 가능할 정도로 성황을 누리고 있다. KB손보는 향후 24시간 요양서비스를 더욱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초구에 3차 사업부지를 확보했으며, 강북 지역에서는 4차 사업 부지 물색을 진행 중이다. 두 곳 모두 오는 2021년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KB손보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는 만큼 내부적으로 사업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하에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며 "향후 새롭게 문을 여는 곳들은 위례빌리지와 같은 선진국형 24시간 요양서비스 제공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사업 검토 단계에서는 보험업과의 시너지도 고려해봤다. 그러나 아직 전국적인 단위의 인프라망 등이 갖춰지지 않아 현실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단계"라며 "다만 향후 전국적인 사업망이 완성된다면 그때는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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