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므로 업무상 재해 인정 불가"

[보험매일=이흔 기자] 아침에 술이 덜 깬 상태로 차를 운전해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세종시의 한 마트 직원이던 A씨는 2018년 9월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친구의 집에서 잤다. 그는 이튿날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출근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는 차량과 충돌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2%가 나왔다. 사고 당시 기준으로는 면허정지, 작년 6월 개정된 단속기준으로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수치다.

유족은 "A씨가 출근 도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했으므로,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가 친구의 집에서 출근하던 도중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로 보기 어렵고, 사고 역시 음주운전 등 범죄행위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출퇴근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유족은 공단의 이런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공단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법원은 "해당 사고는 'A씨가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을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로 평가하기 어려워 산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사고 전날 업무와 무관한 사적 모임에서 음주를 했고, 사고의 주요 원인은 망인의 음주운전으로 보인다"며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사망 등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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