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IFRS17 도입 '이중고'…해외 투자 확대 '절실'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저금리,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시장포화, 손해율 악화, IFRS17 등 몇 가지의 단어 나열에 숨이 턱 막힌다. 보험업계를 둘러싼 현 상황이 그렇다. 보험사들은 이제 '성장'이 아닌 '생존'을 논하고 있다.

불황의 그늘 속에서 매해 어렵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보험사에게 작년은 유독 더 눈물나도록 고된 한 해였던 것은 분명하다. 뚝 떨어진 실적이 이를 대변하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가 거둬들인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전년보다 약 24%가량 나란히 감소했다. 몇몇 업체는 실적이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손보업계 전반의 실적 악화가 가속화 되었고,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진 생보업계도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보험업계는 한 목소리로 올해가 더 걱정이라고 말한다. 시장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실적을 개선할 마땅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손해율을 잡기 위해 보험료를 껑충 올리고 싶어도 정부 압박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특히 보험업계를 가장 괴롭히는 원흉은 ‘금리’ 문제다. 과거 고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시기에는 자산운용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의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확연히 달라졌다.

주로 채권을 통해 돈을 굴리는 국내 보험사 입장에서 저금리 기조는 그야말로 쥐약이다. 가입자들에게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서 얻는 수익보다 오히려 지급해야 이자가 더 큰 이차역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부터 2000년대 초까지 5~10%대 고금리 확정금리형 상품을 많이 팔았던 보험사일수록 더 큰 부메랑을 맞고 있다.

현행 1.25%의 기준금리가 연내 또 한 번 인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저금리 기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은 올해 보험업계가 가장 사활을 걸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현재 보험사가 수익을 낼 방법은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이는 방법 뿐이다. 발등에 불을 끄기 위해 보험사들은 해외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를 통한 자산운용 전략에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인데 문제는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는 점이다. 보험사의 전체 자산운용 중 해외 비중을 일반계정은 총 자산의 30%, 특별계정은 각 특별계정 자산의 20%로 제한하는 현행 보험업법이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투자 수익을 낼만한 곳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동남아 등 해외 투자처 발굴에 힘쓰고 있지만 30% 제한에 걸려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게 보험사들의 고민거리다.

사실 해당 규제는 2003년 보험업법 개정 이후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온 것으로, 최근 금융환경과 보험사과 처한 현실에서 크게 동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도 해당 규제가 보험사 자산운용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데 적극 공감하여 관련 법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난 2017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은 높기만 하다. 이미 4.15 총선 국면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20대 국회 내에 논의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져 법안이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

표심을 잡을 민생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탓에 법안 처리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것인데, 보험산업이 국민 건강 및 안전에 미치는 영향력을 비쳐볼 때 보험사의 생존이 걸린 해외투자 비중 확대 문제는 중요한 민생 현안 중 하나다. 또한 자산운용수익률 하락은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도 연결된다는 점에서도 그 무엇보다 민생과 직결된다.

IFRS17과 킥스 시행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재 금융환경에서 보험사들의 해외 투자한도 족쇄를 푸는 일은 보험사 생존 및 역량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행조건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사상 최악의 위기 속 유연한 자산운용이라도 가능하도록 만들어 보험업계가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숨통을 틔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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