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토스 등 새로운 경쟁자 속속 등판…성장 아닌 생존 위기감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험사들은 올 한해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전환에 온 힘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타 금융권에 비해 변화에 둔감했던 보험업권이지만, 더 이상 시대 흐름에 뒤쳐진다면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탓이다.

단순히 보험 상품 및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넘어 전통적인 영업채널이 재편되고 조직·기업문화 등도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성장이 아닌 생존의 문제

13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해 한 목소리로 경영전략 전면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내세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아 보험사 CEO들이 신년사 등을 통해 디지털 전환 및 혁신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연례행사와도 같았으나 이번에는 그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이 한층 달라졌다는 평가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 10일 충남 교보생명 연수원에서 열린 ‘2020년 출발 전사경영전략회의’에서 “바뀌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이제 막연히 성장을 논하기보다 생존 그 자체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신 회장은 “디지털 전환이란 디지털을 기반으로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기업문화, 커뮤니케이션 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2020년 영업전략회의’에서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 역시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간결화 관점에서 고객편의를 증진하고 보험 본질에 대한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보험업계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해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절박함이 짙게 담겨있다.

보험사는 그동안 금융권 내에서 변화에 대한 대응이 가장 느리고 혁신과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제 더 이상 변화를 미룰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고 판단 중인 것이다.

▲ (사진제공=PIXABAY)

◇ 네이버‧카카오‧토스가 새로운 경쟁자

불황에 저금리 장기화까지 이중고로 급격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등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보험업 진출은 기존 보험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더욱 서두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카카오는 삼성화재와 손 잡고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을 계획 중이며, 네이버 역시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해 보험업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토스와 뱅크샐러드는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을 주무기로 미니보험 등 2030세대를 겨냥한 보험 판매를 이미 시작한 상태다. 

더 이상 보험사의 경쟁업체가 보험사나 금융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협업을 통해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동반자인 동시에, 같은 파이를 갉아먹는 경쟁사이기도 한 셈이다.

여기에 만약 디지털과 정보화로 무장한 IT 공룡기업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이 금융·보험업에 추가로 진출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다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보험업체의 불안감은 더 이상 기우가 아니게 된다.

앞으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경쟁자가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 되어 버렸다는 게 보험사의 공통된 입장이다.

자연스럽게 원하는 인재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IT 전문가를 해당 부서에 배치시키는 것에 한정됐다면, 이제는 전 부서 내 임직원이 디지털 역량을 갖춘 사람들로 이뤄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말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디지털 및 IT관련 부서를 신설하거나 규모를 대폭 키운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보험사 뼈대에 디지털 무늬의 옷을 입는 정도의 변화를 추구했다면 이제는 모든 구조를 뜯어 고쳐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또한 사고의 한계가 있는 금융전문가 보다는 차라리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디지털 역량이 높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향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용이하다고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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