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맞춤형 설계', 노년층 '보장 공백 채우기' 이점으로 인기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합리적인 가격에 본인의 입맛대로 직접 골라 만들어 쓴다는 의미의 ‘DIY’(Do it yourself) 열풍이 상품구조가 복잡한 보험업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초기 가성비를 추구하는 젊은 고객층 유입을 위해 주로 사용되던 DIY의 개념이 최근 유병자와 고령자를 겨냥한 간편보험 시장에서도 접목되면서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 “입맛대로 이건 빼고 저건 넣고”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고객들이 자신에게 맞는 조건을 골라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는 DIY 보험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가구를 시작으로 식품 등 제조업에 한정됐던 DIY 열풍이 금융권까지 번진 셈이다.

DIY 열풍은 오랜 경기불황으로 위축된 소비심리와 실속 및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현상이다. 보험사들이 DIY 보험을 내놓는 이유 역시 이러한 분위기가 무관치 않다.

시장 포화로 신규 계약 체결은 줄고 있고, 불경기에 가계곤란이 심화되자 보험을 해지하는 길을 선택하는 이탈자는 늘고 있다. 갈수록 영업이 힘들어지자 보험사들은 가입 문턱을 낮춰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게 됐고, 그 중 한 가지 전략이 DIY 보험을 통한 젊은층 고객 유인이다.

기존 보험의 경우 주계약에 수 십 여개의 보장특약이 세트 형태로 판매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보장을 받으면서 비싼 보험료를 내야해 하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반면 DIY 보험은 고객이 직접 필요한 보장만 선택해 가입하는 구조다. 가족력과 흡연 등 생활습관을 고려해 개인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쓸데없는 보장이 줄어드는 만큼 보험료도 저렴해져 특히 실속파 젊은층의 입맛에 잘 맞는 상품으로 여겨졌다. 

◇ 젋은 사람만? 고령층도 DIY

간편보험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보험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던 고령자와 유병자에게도 DIY 보험 가입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추세다.

한화생명이 지난 2일 새롭게 출시한 ‘간편가입 100세 건강보험’의 경우 유병자·고령자를 타깃으로 한 간편심사 보험인 동시에 원하는 특약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DIY 보험 상품이기도 하다. 이제 80세 고령자도 자신이 원하는 보장을 직접 선택 할 수 있는 기회가 일부 생겨난 것이다.

젊고 건강한 20~30대 고객의 경우 보험 가입에 능동적인 세대가 아니다 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잠재 고객 확보 차원에서 긴 호흡으로 공 들이고 있는 시장이며, 당장의 수익성은 낮다.

보험업계는 오히려 과거 병력 때문에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유병자‧고령자 고객을 선점하는 것이 단기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중이다.

보험에 가입할 만한 사람은 거의 다 가입해 시장이 성숙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유병자‧고령자는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를 내고서라도 당장 보험 가입을 원하는 확실한 수요층이기 때문이다.

유병자‧고령자 입장에서도 DIY 보험은 매력적인 상품이다. 20~30대의 경우 저렴한 보험료로 원하는 보장만 받기를 원해 DIY 보험을 찾는다면, 이미 1~2개 이상의 상품에 가입되어 있을 확률이 높은 고령층의 경우 중복 보장을 피할 수 있다는 데 이점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일반보험에 비해 약간의 할증이 붙는 간편보험에 가입하면서 중복 보장으로 보험료를 더 높이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제 막 보험 가입을 시작한 20~30대의 DIY 보험 개념은 본인 마음대로 보장 내용을 설계하는 ‘자기주도형’에 가깝다면 간편보험 시장의 DIY 보험은 기존에 가입되어 있는 상품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보장의 공백을 메우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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