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최초 전 직원 대상 직무급제 도입 발표... 노조 측 “아직 합의 안 된 사안”

[보험매일=신영욱 기자] 2020 경자년 첫 업무일, 교보생명의 직무급제 도입이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교보생명은 당장 올해부터 직무급제를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노조 측은 세부내용을 두고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한 만큼 받는다? 교보생명 직무급제 도입 발표

2일 교보생명은 올해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직무급제란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하에 업무 성격과 난이도,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제도다.

근로자의 나이와 근속연수, 성별 등과 관계없이 오로지 업무의 성겨과 난이도,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며,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는 성과연봉제 등과 구분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직무급제 중심 임금체계를 시행하고 있으며, 교보생명은 지난해 노사가 함께 해외 선진기업을 찾아 직무급제의 벤치마킹을 진행한 바 있다.

교보생명이 이번에 도입을 밝힌 직무급제는 일반사원까지 대상에 포함된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일반사원에까지 직무급제를 적용하는 것은 금융업계 최초다.

교보생명의 직무급제는 급여의 일정 부분을 기준 직무급으로 분리해 각 직무등급에 맞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낮은 직급이지만 자신의 직급보다 높은 업무를 수행한다면 연봉이 높아지고, 반대로 높은 직급의 직원이 자신의 직급보다 낮은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연봉이 낮아진다.

예컨대, 입사 3년차 사원(A직급)의 기본급이 4,000만원(성과급 제외)이라면 이 중 60만원을 기준 직무급으로 분리해 실제 직무등급에 따라 지급한다.

해당 직원이 A직급 직무를 수행하면 그대로 60만원을 받고, SA(대리)직무를 수행하면 120만원, M1(지점장)직무를 수행하면 264만원을 받는 식이다. 이 경우 연봉은 4,204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교보생명은 ‘직무등급 협의회’를 구성해 직무의 신설·폐쇄·변동을 심의할 계획이다. 회사의 전략과 시장 환경변화 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직무가치의 변동을 고려한 것이다.

◇노조 측 "세부 합의 이뤄지지 않아" 엇박자

다만, 교보생명이 이 같은 직무급제의 온전한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 세부 합의라는 과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 협의를 통해 일반직 전체로 직무급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교보생명의 발표를 두고, 교보생명 노조 측은 회사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직무급 확대의 취업규칙 적용 관련 노사 간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진행한 교보생명과 노조는 이 과정에서 2019년 1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넣어 같은 달 중순 결과를 받았다.

노조는 조정 내용 중에 2020년부터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도입 자체에 대한 합의만 이루어졌을 뿐 구체적인 취업규칙에 대한 부분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교보생명 노조 관계자는 “조정을 통해 합의한 내용과 임단협  조정에서 다뤄지지 않은 세부 내용에 대해 별도 논의를 통한 취업규칙 적용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취업규칙과 비교해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되는 변경이 발생할 경우 노조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취업규칙 관련 세부내용 합의를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사측은 11월 말부터 직무급과 관련 취업규칙 도입과 변경을 위해 협의 요청을 해오고 있다”며 “다만 변경된 취업규칙이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어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도입 발표부터 해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직무급제 도입이라는 큰 틀에 대해 합의한 내용과 크게 벗어나지 않은 부분은 일단 적용하고 이 외에 나머지 부분은 도입과 함께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노사가 함께 발을 맞춰나가야 하는 사안인데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직무급제는 작년 1월 조정된 사안으로, 지난해 도입하려 했지만 노조에서 1년의 준비기간을 요청해 2020년 도입하기로 한 것”이라며 “오늘 발표한 내용은 모두 중노위 중재가 이루어진 사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