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동의’ 입장 선회에도 의료계 등 거센 반대 탓에 도입 진행 지지부진

[보험매일=신영욱 기자] 2019년 보험업계는 다이내믹한 한 해를 보냈다. 금융감독원은 4년 만에 종합검사를 부활시켰고, 금융위원회는 첫해 수수료를 특별수당(시책)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 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다.

자동차정비 수가인상과 노동자 가동연한 상향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증하자, 손보사들은 상·하반기에 보험료를 인상했지만 치솟은 손해율을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로 인한 자산운용수익률 악화는 보험사들의 경영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DLS) 사태의 불똥이 튀면서 보험업계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무해지·저해지환급금 보험과 관련, 불완전판매로 인해 제2의 DLF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이 지난달 해당 상품에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보험매일은 2019년 보험업계 이슈를 결산하는 특집을 전개한다. 여섯 번째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표류’다.

◇정부 입장 선회에도 실손청구 간소화 지지부진한 이유? ‘의료계 반대 때문’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우리나라의 실손보험 가입자는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고도 3800만 명에 달한다.

어느덧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위치까지 성장한 실손보험이지만, 청구 과정에서의 불편함은 몇 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못하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의 경우 액수가 소액인 경우가 많고, 건수가 다량으로 발생하는데도 종이서류를 통한 청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자는 물론 관련 기관에게도 불편함을 야기시키고 있다.

그렇다 보니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가입한 실손보험인데도, 절차의 복잡함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가입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실제로 올해 5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실손보험에 가입한 1000명 중 52%가 복잡한 절차와 증빙서류 준비에 필요한 보험으로 인한 불편함을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신중 검토’ 입장을 표하던 정부가 ‘동의’로 선회하며 순풍을 탈것으로 기대됐지만 여전히 표류가 계속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일부 단체의 거센 반발 탓이다.

의협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반대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하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저지에 총력을 집중하기로 결의했다.

또 관련 입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의 노원구 지역사무소 앞에서 집회와 기자회견까지 여는 등 반대 입장을 거세게 표명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보험업계만 원한다? ‘No, 소비자들도 원해’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이 또다시 무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흘러가자 이번엔 소비자 시민단체가 나섰다.

금융소비자 연맹을 필두로 한 8개의 소비자 단체가 ‘소비자를 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 의사협회는 왜 반대하는가?’라는 제목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찬성 성명을 발표한 것.

이들은 보험업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의 편익이 급격히 증진되고 자원낭비로 인한 경제적 손실까지 방지 가능하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명 내용에 따르면 3차 진료기관인 대형병원에서는 이미 전자서류를 통한 의료 소비자 정보 수령이 시범 시행 중임은 물론 병·의원에서 발행하는 처방전과 투약의뢰서 등에 대한 전자문서화도 추진되고 있다.

소비자 단체들은 이 같은 상황임에도 유독 보험사에만 ‘종이’ 문서를 통한 의료정보전달을 진행해야만 보험사의 꼼수를 막을 수 있다는 의사협회의 논리는 이해불가라 표현하며 의협 논리의 타당성을 부정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의협 측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에 대해 보험사들이 지급 거절을 위한 꼼수라고 표현하지만 악용될만한 측면이 없는 걸로 확인된다"며 "오히려 의사들이 비급여 항목과 같은 부분에 대한 내용 노출이 꺼려져 반대를 하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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