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실손보험 시장 떠난 생보사 5곳에 달해... 현재 판매 중인 9개사도 모두 적자상태

 

[보험매일=신영욱] 최근 실손보험에 관한 어느 기사를 읽던 중 고개를 갸웃거린 기억이 있다. 보험사의 실손보험 판매 중단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뉘앙스의 기사였다.

이상한 일이다. 일부 가입자의 실손보험 ‘악용’ 등으로 인해 손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달하며 판매 중단이라는 결정에 도달하게 된 것인데, 마치 보험사로 인해 가입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2017년 8월, KDB생명은 2018년 1월, DGB생명은 2018년 5월, DB생명은 올해 3월, KB생명은 올해 7월에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이들이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하게 된 주요인은 지나칠 정도로 높은 손해율이다. 실제로 현재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생보사 중 손해율이 100%를 넘지 않은 곳이 없다.

손해율이 100%가 넘는다는 것은 보험료로 거둬들이고 있는 비용보다 보험금으로 인한 지출이 더 많다는 소리. 즉 그만큼 손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농협생명 129.3% ▲동양생명 123.0% ▲신한생명 121.9% ▲삼성생명 118.6% ▲미래에셋생명 118.5% ▲흥국생명 116.8% ▲한화생명 114.9% ▲ABL생명 114.5% ▲교보생명 114%라는 손해율이 나타났다.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전체 생명보험사 9곳 중, 실손보험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곳이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이처럼 높아지는 이유로는 과잉진료에 따른 비급여진료비 증가, 암묵적인 가격 통제, 일부 가입자들의 실손보험 악용 등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당국의 암묵적인 가격 규제로 인해 가격 상승 요인이 있어도 제때 보험료에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손해율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보험료 인상 요인은 커져만 가는데, 정부의 압박으로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다 보니 실손보험에서 발생하는 적자가 커져 결국 보험사들이 판매를 중단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가입자들의 실손보험 악용도 손해율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굳이 받지 않아도 되는 치료나, 치료목적과는 별개의 목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다.

특히 도수치료의 경우 이러한 실손보험 ‘악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사지와 같은 목적으로 도수치료를 받은 후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다.

보험사가 가입자의 도수치료 이용 목적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도수치료를 이용한 가입자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 이를 내어줄 수밖에 없다.

주기적으로 도수치료를 받는 직장인 K 씨는 “이전까지는 실손보험에 가입은 했지만 혜택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며 “보험료는 내는데 너무 이용을 하지 않아 혜택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도수치료를 알게 되어 주기적으로 마사지 삼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K 씨와 같은 케이스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치료 목적이 아닌 진료에 대해 지급하는 보험금의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 손해율 급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등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조금 과장해 말하면 현재 실손보험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봐도 무방하다. 순간의 편리함에 취해 실손보험을 악용하거나, 보험료 인상에 무조건적인 반대만을 표한다면 폐지라는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 혼자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오면 실손보험이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 발생해도, 이제 우리의 곁에 실손보험은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는 아직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서있지는 않다. 지금부터라도 이것을 바로 잡고 실손보험이 필요한 순간이 올 때마다 그 혜택을 얻을지, 아니면 이대로 흘러가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할지 여부를 아직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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