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지난 12월 10일 국회본회의에서 스쿨존 교통사고 처벌강화 법안인 ‘민식이 법’이 통과되었다. 여야 합의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특가법) 개정안이 가결되었지만 형량 과다 논란이 뜨겁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과속단속카메라와 신호등 설치 의무화(제12조 제4항, 5항 신설)등이며, 특가법 개정안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13세 미만의 어린이 치사사고가 나면 가해자에게 최소 징역 3년에서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했고, 어린이 치상사고일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 법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발생한 김민식 군의 사망사고가 계기가 되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시속 23.6km로 달리던 차량이 불법 주차된 차량 뒤에서 갑자기 나온 어린이를 충격하여 사망케 한 사고였다. 블랙박스를 보면 불가항력적 사고로 보이지만 사고지역이 스쿨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라는 점 때문에 운전자는 구속되었다.

이후 김민식 군의 아버지가 스쿨존 교통사고 처벌강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을 올렸고, 해당 지역구 강훈식 의원이 ‘민식이 법’을 입법 발의했다. ‘민식이 법’은 안전시설과 처벌강화로 사고 재발을 방지하자는 법안이지만, 그 처벌내용은 차량 운전자에게는 무시무시한 법률이다. 이는 ‘윤창호 법’으로 알려진 특가법 제5조 11항(위험운전치사상)의 음주운전사고 처벌기준과 거의 같은 형량이다(사망의 경우는 ‘처벌기준이 동일하고, 치상사고일 경우 ‘윤창호 법’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거의 유사).

‘윤창호 법’은 음주운전은 운전자 과실이 아닌 고의적 살인에 해당된다는 취지로 개정된 법률이다. 그러니까 ‘민식이 법’도 스쿨존 사고를 ‘고의 살인이나 고의 상해’에 준하여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민식이 법’의 처벌 대상이 될까?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명시했다. 제12조 제3항이란 운전자가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말하고 제1항은 시장 등이 (학교 출입문 반경 300m 이내) 스쿨존 시속을 30km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 법의 처벌규정은 12대 중과실에만 국한되지 않고, 안전에 유의하지 않는 모든 과실사고에 해당된다(강훈식 의원안은 12대 중과실 처벌에 국한되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그러나 보행 중인 어린이와 차량 간에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차량의 과실이 존재한다.

25년 동안 자동차보상 현장에서 보상업무를 해왔지만 어린이보호구역은 물론이고 일반도로에서 보행 어린이가 차량에 충격된 사고에서 가해운전자가 무과실로 처리된 사고를 단 한 건도 본 적이 없다. 어린이가 횡단보도 적색신호에 뛰쳐나와도 차량과실은 존재한다.

과잉처벌 논란의 근원에는 이 법의 입법발의와 국회 통과과정에서 지나치게 여론과 감성에 의지한 것도 한몫을 했다. 피해자의 부모가 언론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고 이 법을 발의한 해당 지역구 강훈식 의원도 눈물로 호소했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빠른 법안통과를 위한 노력을 약속했고, 당일에 ‘민식이 법’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런 감성 분위기 속에서 태어난 법률은 멀리 나아가 배가 산으로 간 느낌이다.

우선 차를 가지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로 출퇴근하는 교사들은 사고발생 시 교사 신분을 상실할 수도 있다. 공무원이나 다수 기업체 임직원들도 스쿨존 사고를 야기하고, 형사소추가 되면 중징계나 면직을 각오해야 한다. 또한 업무상 어린이보호구역은 자주 출입하는 택배 오토바이나 택시기사, 근처를 통과하는 지역주민들은 초긴장 상태에서 운전해야 한다. 사망사고가 아닌 진단 1~2주의 찰과상만 발생해도 최소 벌금이 500만 원이고, 골절상으로 중상을 입히거나 죄질이 나쁘면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각오해야 한다. 종전 특례법보다 거의 10배 정도는 가혹한 처벌이라고 할 만하다.

일전에 차량이 달리는 도로의 횡단보도 부근에서 5~6학년 정도로 보이는 초등학생이 갑자기 뛰어드는 시늉을 하면서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개정법이 공포되고 봄부터 원안대로 시행된다면 짖궂은 아이들이 장난으로 어른들을 놀라게 할 만하다.

더불어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어린이들만이 아니다. 노인들과 장애인 보호구역의 교통사고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7년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의 56%가 노인(65세 이상)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들 가족의 눈물은 누가 닦아 줄 것인가?

여야의 정쟁 와중에 통과된 ‘민식이 법’은 감성적인 입법으로 형벌의 균형을 잃었다. 향후 재개정 여론이나 헌법재판소 위헌법률심판 등의 저항을 만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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