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절판마케팅 소비자주의보…“불필요한 상품 가입은 오히려 손해”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2020년 1월부터 OO상품 판매중단”, “역대급 보험료 인상” 등의 문구로 소비자들의 판단력을 흐리는 보험업계 ‘절판 마케팅’이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활개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가입 서둘러야…” 절판 마케팅 ‘고개’

16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등의 보험료가 각각 인상 될 전망인 가운데 이를 기회로 일부 보험 설계사들이 고객들에게 문자 등을 돌려 보험 가입을 서두를 것을 재촉하고 있다.

회사원 노혜미(가명·34) 씨는 “이전에 실손보험을 가입했던 한 설계사로부터 손해율 악화로 내년부터 보험료가 역대급으로 인상될 예정이니 가입을 미뤄뒀던 암보험, 건강보험, 치매보험, 수술비보험, 간병보험 등의 가입 준비를 서두르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불안한 마음이 들어 어떤 보험을 추가로 해야 할지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면서 손보업계는 내년 차보험료 5%대 인상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손보사는 실손보험료를 20%까지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미노 효과로 내년 모든 보험상품의 보험료가 그 어느 때 보다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확정 짓고 미리부터 가입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가 바뀌면 가장 먼저 인상되는 게 차보험료이고 이후 실손보험료가 오르는 순서다. 또한 3월부터는 생보업계로 넘어가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료가 오른 뒤 예정이율 인하를 이유로 저축성 보험료를 올리는 게 연례행사로 반복 되어 왔다”며 “이 때문에 당연히 연말이 되면 내년부터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고 확신해 영업 현장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부터 모든 보험사의 저해지환급형 상품이 아예 판매 중단된다는 일부 GA측 설계사의 절판 마케팅도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금융당국이 지난 10월 말 선제적으로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에 대해 소비자 경보 발령을 내린 여파로 풀이된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올해 당국이 문제로 지적했던 건 민원 소지가 큰 무해지환급형 상품과 무해지에 가까운 저해지환급형 상품”이라며 “불완전판매가 문제일뿐 저해지환급형 상품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 판매하던 상품이 사라지고 이율이 변경된 새로운 상품이 나온다는 뜻이라면 모를까, 모든 보험사가 저해지 상품을 중단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전형적인 절판 마케팅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소비자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은?

향후 보험료 인상 혹은 보장 한도 축소 등을 빌미로 내세우는 보험업계 절판 마케팅은 1년에도 몇 번씩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평소 가입을 고려하고 있었거나 본인에게 꼭 필요한 상품이라면 혜택이 줄어들기 전에 서둘러 가입하라는 권유를 꼭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다만 과도하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등 절판 마케팅이 과열될 시 판단력이 흐려진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가입하는 피해가 생기고, 이는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여겨진다.

단순히 특정 상품의 보험료가 앞으로 더 비싸진다거나 보장내용이 줄어든다 해서 불필요한 보험가입을 결정하는 것은 오히려 추후 더 큰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 전문가의 조언이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보험국장은 “12월은 업체들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달로, 절판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알리는 목적보다는 막판 코너에 몰렸을 때 실적을 달성하기 위한 의도가 더 강하다”며 “상품 판매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서둘러 가입시키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소지가 크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이어 “보험료가 오르기 전에 가입해 조금이라도 금액을 아끼거나 보장기간을 앞당길 수도 있으니 소비자 이익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험계약 유지가 끝까지 된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보험은 가입보다 유지가 중요하다는 걸 명심하고, 이러한 마케팅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조금 더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더라도 천천히 시간을 갖고 내 몸에 맞는 보험상품을 찾아 제대로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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