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경영 화두인데 짧은 임기도 '발목'…정부 "시장 친화적 변화 촉구 방안 고심"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저성장·저금리 그늘 속에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까지 앞둔 보험업계가 장기적 보유가치 중심 재무적·비재무적 리스크 관리 및 수익성을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장기손익 관점에서 기업 가치증가 노력을 유도하기 위하여 보험사 경영자의 보수 체계를 투명화하고, 향후 성과급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한 현재 대부분 1~3년에 불과한 ‘짧은 임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 미국 72% > 한국 42%, 낮은 성과급 비중 '도마 위'

보험연구원(원장 안철경)은 13일 오후 2시 코리안리빌딩 강당에서「보험회사의 가치경영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보험회사 경영자들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내 보험회사의 경영자 보상체계 현황을 평가와 가치경영 실현을 위한 보상체계 설계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젬마 경희대학교 교수의 ‘국내 보험회사 임원보수체계 현황 및 평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5곳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지난해 총 보수 평균은 10억2,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고 5억2,000만원, 최대 18억5,000만원을 지급 받고 있다.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성과와 무관한 기본급(고정급)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며, 성과연동보수(변동급) 비중은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CEO의 경우 2017년 기준 기본급 비중이 22%, 성과급 비중이 72%인데 반해 한국 CEO의 기본급 비중은 53%, 성과급 비중은 42%로 큰 차이를 보였다.

임원들의 보수 체계도 미국에 비해 고정급의 비율이 높고 성과와 연동된 변동보수의 비율이 낮았다. 미국의 경우 고정급 대비 성과급의 비율이 300%이상이다.

총 보수대비 이연지급비율, 즉 장기성과보수비율도 평균 23.6%('17년), 12.3%(‘18년)으로 낮은 편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성과보수를 3년에 걸쳐 이연지급하고 있으나, 실제성과는 그보다 더 장기에 걸쳐 나타나는 보험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이연지급기간을 5년 이상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젬마 교수는 “임원 보수체계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이윤극대화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며 “해외에서는 많은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법·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비해 국내에서는 거의 연구조차 찾아볼 수 없고 공개된 데이터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보수지급의 공시에 있어 보험회사 임원의 개별 보수액 및 보수책정의 구체적인 평가방식을 기재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임원의 주식 장기보유 조항을 두어 보상체계가 회사의 장기성과와 직접 연계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재무적 지표에 치우치기 보다는 준법경영, 고객만족도 등 비재무적 지표를 폭넓게 성과지표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가치경영 시대, 유독 짧은 국내 CEO 임기 ‘발목’

▲ (사진출처=김은주 기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패널들은 미국 등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해 확연히 낮은 국내 보험사 CEO의 성과급 비중을 높여 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배경을 두고 현재 보험사 CEO의 임기가 너무 짧다는 점이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1~3년 사이에 짧은 임기 관행이 유지된다면 아무리 좋은 장기적 성과기준의 보수 체계가 마련되어도 연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상용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임기간이 짧으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보험사 CEO들의 장기 근무가 가능하도록 어느 정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현 상명대 교수 역시 “이러한 문제는 보험회사 대주주가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얼마 전 개인적으로 대형보험사 임원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본인이 회사를 다닌 25년 기간 동안 11명의 사장을 모셨다는 말을 들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룹 오너가 영업에 잔뼈가 굵은 타 계열사 대표를 보험사로 발령시켜 2~3년 정도 경영을 맡기게 되면 해당 CEO는 매출 확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보수체계도 단기 매출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보수체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대부분 보험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공공적인 측면에서 교육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권영 보스턴컨설팅그룹 보험부문 MD파트너는 “오너가 아닌 경우 보험사 CEO의 재임기간은 길어야 4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빅3 보험사의 경우 평균 임기는 짧으면 7년, 길면 13년이다”이라며 “동남아 등 성장기 시장에서는 장기적인 성과급이 거의 없는 반면에 가치경영이 필요해진 일본 등 성숙기에 도달한 시장에서는 보수 체계 역전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성과급 비중 확대가 전 세계적 추세인 것은 맞으나 국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확대할 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미국에 비해 성과급 비중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우리나라 보험시장 현황과 전 세계 보험시장 현황이 똑같지는 않다”며 “장기보험 비중이 높은 한국 보험산업의 구조 및 특성을 고려할 때 성과급 비중 확대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금융위 김동환 보험과장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시장은 포화상태로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여기에 CEO의 짧은 임기와 단기실적에 편향된 성과 평가체계까지 더해지면 산업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 토론회 주제가 시기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진 임기 및 성과체계는 시장 자율에 맡겨지는 문제인 만큼 시장 친화적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정부 입장에서 어떤 수단을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밝혔다.

김 보험과장은 “시장 친화적이면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제도나 감독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학계와 산업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소통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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