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넘게 올려야 하는데…” 자율 결정 사항임에도 당국 눈치 살피기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손해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보험료 인상·인하 결정을 전적으로 업계 자율에 맡겼다. 

이제 초점은 오르긴 오르되 ‘얼마나’ 오를지에 집중되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20% 이상 인상을 바라는 목소리가 크지만 당국 눈치에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 문재인케어 효과, 내년 보험료에 미반영

정부가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율에 ‘문재인 케어’로 인한 실손보험 반사이익 효과를 반영하지 않기로 하면서 보험사들이 일제히 실손보험료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과 금융위원회 손병두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 주재로 ‘2019년 공·사보험정책협의체’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이날 일명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시행 이후 올해 9월까지 나타난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는 6.86%라고 밝혔다. 다만 2018년 1차 반사이익 산출 이후 시행된 보장성 강화 항목만의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는 0.60%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 추산 결과를 2020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조정에 반영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반사이익 추산은 자료 표집 시점과 정책 시행 시점의 괴리가 확대된 데다, 1차 반사이익 산출 이후 보장성 강화가 이루어진 항목의 표집 건수가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과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는 점이 반영된 판단이다.

공사보험 협의체 위원으로 참석한 외부전문가들도 자료의 대표성 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2020년도 실손보험료 조정에 이번 추산 결과를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날 손병두 부위원장은 “여러 노력에도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및 일부 소비자의 과다한 의료이용을 억제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로 인해 손해율 상승 및 그에 따른 보험료 인상의 악순환이 심화되고 결국 실손보험에 가입한 대다수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게 받아들여야하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부 눈치에 '자율 아닌 자율'

협의체 회의 발표 이후 2020년 실손보험료 인상률 결정 권한의 공은 온전히 각 보험업체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p 증가했다. 이는 가입자들에게 받는 보험료보다 보험사 주머니에서 나가는 보험금이 훨씬 많아 손해가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실손보험 판매에 따른 손보사들의 영업적자(손실액)는 상반기에만 1조3억 원이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7,081억 원에 비해 41.3%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과 그에 따른 실적악화로 명분이 충분한 만큼 10%대 이상 보험료 인상은 확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작년과 달리 협의체의 보험료 인상 가이드라인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으면서 보험사들은 오히려 좀처럼 정확한 인상률 결정에는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형국이다.

발표가 전년보다 늦어진 만큼 보험사들은 얼마 남지 않은 올해 12월 내 보험료 인상 절차를 마쳐야 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어제 오후에 나온 발표 내용을 토대로 이제부터 각 업체마다 보험료 인상률을 고민해봐야 한다. 아직 어느 정도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려운 단계”라며 “다만 손해율 안정을 위해 두 자릿수 인상은 해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최대 가능 폭인 25%까지 올려도 손해율을 안정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10%대 인상은 확정적이고, 20%대까지 올릴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료는 표면적으로 보험사 자율 결정에 맡겨지지만 당국의 눈치를 아예 보지 않을 수 없다는 토로도 나온다. 실제로 손 부위원장이 “보험료 인상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비 축소 및 보험금 누수방지 등 보험회사의 자구노력도 유도해나가겠다”고 언급한 점은 보험사들 입장에서 절대 흘려들을 수 없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상품에 대한 요율이나 인상·인하 결정은 보험사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게 맞지만 보험산업의 특성상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직은 분위기를 살피는 중”이라며 “올해 남은 기간 내 인상률을 결정해 발표해야 내년 1월부터 반영할 수 있을 텐데 물리적 시간이 상당히 촉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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