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공판은 내년 2월12일, 설계사·가입자 증인 출석 예정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올해 4월 첫 재판을 시작한 삼성생명 즉시연금 분쟁이 결국 해를 넘기며 장기화될 조짐이다.

약관과 달리 돈을 덜 지급했다며 가입자들이 삼성생명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이 5차 기일까지 진행됐으나 이번에도 양측 간 뚜렷한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또한 상품 간 연금액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가입설계서를 가입자들이 사전에 제공받았는지 유무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 (사진출처=김은주 기자)

◇ “소비자는 보험계리사 아냐”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5부(부장판사 이동욱)는 11일 오후 2시30분 동관 562호 법정에서 금융소비자연맹과 즉시연금 가입자 강모씨 등 56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즉시연금 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사건번호 2018가합572096) 다섯 번째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기일은 즉시연금 가입자 측 변호인의 프레젠테이션(PPT)을 이용한 ‘원고 변론 요지’ 발표로 시작됐다. 앞서 지난 10월 열린 4차 변론기일 당시 원고 측이 자신들에게도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던 점이 반영됐다.

가입자 측 변호인은 “원고들의 주장은 매우 간단하고 근거도 명확한 반면 삼성생명 측은 약관에 없는 내용과 상품기획 의도 등을 수 백 페이지의 서면으로 설명해 논점을 흐리고 있어, 다시 간단히 정리해 봤다”며 ▲가입자들이 보험에 가입한 배경과 ▲약관 속 생존연금 표현 방법, ▲삼성생명 측 주장의 부당성 등을 차례로 설명했다.

가입자 측은 “피고 측이 원고에게 제공되지도 않은 산출방법서를 설명하고, 삼성생명 이사회 구성원들도 어려워하는 내용을 원고들이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황당하다”며 “약관 명시와 설명도 없었는데 금액만 보고 산출방법과 기준을 원고가 거꾸로 도출해 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원고들은 보험계리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입자 측 변호인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권고안대로 가입자들에게 차액을 지급한 신한생명, AIA생명, DB생명, 푸르덴셜생명, KDB생명 등 다른 보험사들을 언급했다.

지급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 측이 분조위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역시 차액을 지급을 미룬 채 소송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가입설계서 제공했나 안했나

약 10분간의 가입자 측 발표가 끝난 후에도 40분 이상 삼성생명 측의 구술 변론과 재반박으로 열띤 공방이 이어졌다.

문제가 된 상품은 즉시연금 상속만기형이다. 1억 원 이상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먼저 납입하고, 이후 적립금에 공시이율을 적용해 일정 기간 동안 매달 연금을 지급받는 구조다. 만기가 되면 처음에 납입 보험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즉시연금 가입자들은 매달 나오는 연금액에서 만기환급금 마련을 위한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뗀다는 내용이 약관에서 빠져있으며 가입 당시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번 기일에서 새롭게 쟁점으로 떠오른 건 가입 당시 가입설계서 교부 유무다. 비슷한 상품과 기간별·유형별로 매달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비교해 표기한 가입설계서를 확인하지 않고 보험계약을 진행하긴 상식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삼성생명 측 주장이다.

삼성생명 측 변호인단은 “금융상품을 설명하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유사 상품과 비교하는 것”이라며 “즉시연금의 경우 10년짜리 상속만기형에 가입한 고객에게 해당 상품만 설명한 것이 아니라 가입설계서를 통해 기간별·유형별로 생존연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비교할 수 있는 표를 한 장에 넣어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가입설계서를 원고들이 전혀 받지 못한 것인지, 받긴 받았으나 무심코 넘긴 것인지를 확인해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고, 가입자 측 변호인단은 해당 부분을 추후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삼성생명 측 변호인단은 “원고는 상속종신형의 연금액이 가장 적다는 사실도, 만기로 갈수록 연금액이 많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공시이율을 단순히 곱해서 제공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사후적으로 분조위 결정이 난 뒤 법률대리인들이 하는 이야기로 인해 자리 잡힌 생각”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측은 이어 “즉시연금은 2000년대 만들어진 상품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가입했다. 긴 기간 많은 이를 속이는 것은 불가능한데 분조위 결정 이전에는 문제를 삼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며 “원고 측 주장대로 공시이율을 단순히 곱하는 것으로 착각했다면 계산을 통해 누군가는 이미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고 문제 삼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계산표가 워낙 복잡해 보험설계사도 정확한 계산 방식을 설명하진 못했을 것이다. 다만 다른 상품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원고 측 주장대로 단순히 공시이율을 곱해 산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상품간 차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른 계산 방식이 도입된다는 걸 설명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점에서 재판부는 계약단계에서 가입자들이 가입설계서를 교부 받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6차 변론기일은 내년 2월12일 오후3시 열릴 예정이다. 즉시연금 상품 가입을 권유했던 설계사와 해당 상품에 가입한 가입자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타 상품과 비교한 설명 등이 이뤄졌는지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재판부는 해당 상품 판매 설계사의 법장 출석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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