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가입·해지 결정은 '손해'...적정 보험료, 가입 목적 등 명확히 해야

 

[보험매일= 김은주 기자] 흔히들 보험을 우산에 많이 비유한다. 맑은 날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이지만, 먼 훗날 궂은 날씨를 대비해 미리 우산을 준비하듯 우리는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어떤 위험을 대비해 보험에 가입한다.

물론 우리 일상 속 맑은 날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비바람 부는 날이 전혀 없는 삶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보험을 찾고 있는 것이다.

날씨는 일기예보를 통해 예측이라도 가능하다지만 우리 삶 속에 질병, 사고 등의 불행은 정말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다. 불행의 타격감을 줄이기 위해 가입자는 기꺼이 우산 값을 미리 지불하는 것이고, 보험사는 그 돈으로 더욱 튼튼한 우산을 만들어 안전막 역할 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 ‘우산’이 아주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이들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보험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업계 25회차 계약유지율이 2017년 68.6%, 2018년 65.5%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계약유지율 하락 추세는 손보업계도 다르지 않다. 25회차 계약유지율은 69.9%에서 67.8%로 하락했다.

다시 말해 가입 후 2년 내에 3명 중 1명이 계약을 중간에 깨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련자 말에 따르면 장기로 흐를수록 계약유지율은 더욱 처참하게 떨어진다.

경제사정 악화로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생활 안정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지는 보험마저 포기하는 경우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큰 문제는 보험을 중간에 해지하면 계약자가 보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험은 통상 7~10년 이상 장기로 유지해야만 겨우 원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삼성·한화·교보생명의 저축성 보험은 가입 후 최소 7년이 지나야 납부한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로, 10명 중 6명은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7년 이내 해지를 감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성보험이 아닌 보장성보험은 손해가 더 심하다. 대표적으로 무해지·저해지 종신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싼 대신 해지할 때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적거나 아예 없다.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중도 해지하면 많게는 수천만원의 돈을 날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상품은 보험을 중간에 깨지 않고 끝까지 보험료를 납부할 자신이 있는 소비자에겐 더 없이 좋은 상품이다. 더 적은 돈을 내고도 남들과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가입 전 마음가짐이다. 단순히 지인의 권유나 설계사의 설명에만 의존해 보험에 가입하는 건 해지로 가는 지름길이다.

본인 스스로 꼭 필요한 보험인지 어떤 목적으로 가입하는 지 등을 명확히 정리해 봐야 한다. 지금 당장은 나에게 적당한 수준의 보험료 일지라도 미래의 나, 노년의 나에게 부담을 주는 금액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다시 말해 보험 가입 전 자신에게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맞춤형 우산을 골라 절대 중간에 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보험료 납입이 어렵게 된 경우라도 중도인출, 보험료 납입일시중지, 보험금 감액 완납, 연장정기 보험 등 여러 보험 계약유지 지원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보험을 지키는 쪽으로 노력해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에게도, 보험사에게도 보험은 '유지'될 때 아름답다. 한 번 펴보지도 못하고 버릴 우산이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사지 않는 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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