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을 것 없던 호주머니에 주먹 두 개 갑북갑북"…시민 공모 문안 선정

▲ 사진제공=교보생명

[보험매일=최석범 기자] 광화문글판이 매서운 추위에 움츠러운 몸과 마음을 위로할 새 글귀로 단장했다. 이번 ‘겨울편’은 시민이 직접 고른 문안으로 꾸며졌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 '겨울편'에 윤동주 시인의 동시 '호주머니'가 실린다고 2일 밝혔다.

윤동주는 일제강점기라는 어려운 시대에 펜으로 저항한 대표적 민족시인이다. '서시', '별 헤는 밤' 등 불후의 명작을 다수 남겼다.

글판에 실리는 시구는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이다. 2011년 ‘겨울편’ 이후 8년 만에 시민 공모 문안이 선정됐다.

이 시는 입을 것, 먹을 것 모두 모자랐던 일제강점기에 쓰여졌다. 윤동주 시인은 호주머니에 넣을 것 하나 없는 힘든 현실이지만, 호주머니 속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힘을 내라는 위로를 건넨다.

시구에 나오는 '갑북갑북'은 '가득'을 의미하는 평안도 방언으로, 호주머니가 가득 찬 모양을 형상화했다.

글판에는 추위에 볼이 빨개진 어린아이가 텅텅 비어있던 호주머니에 주먹을 넣고 흡족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수놓았다. 소년은 마치 아무도 몰래 호주머니 속 두 주먹을 꼭 쥐고 ‘기죽지 말고, 힘을 내라’고 자신을 격려하는 듯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윤동주 시인의 시에는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주먹을 쥐고 씩씩하게 살아가자'는 울림이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내걸리는 가로 20m, 세로 8m의 대형 글판으로, 지난 1991년부터 시민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 광화문글판 '겨울편'은 내년 2월 말까지 광화문 교보생명빌딩과 강남 교보타워 등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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