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무위 전체회의 통과...징벌적 손배제 등 핵심 빠져 '이름값 못해' 지적

[보험매일= 김은주 기자] 오랜 기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잠들어 있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최근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양산한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DLS·DLF) 사태를 계기로 다시 기지개를 펴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국회 본회의까지 무난한 통과를 예상하고 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 등 핵심 내용이 모두 빠지면서 이름만큼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 금소법 제정 8년 만에 다시 ‘시동’

25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데 이어 이날 전체회의도 무사히 통과했다.

금소법이 지난 2011년 처음 발의된 후 8년 만의 움직임이다. 이로써 금소법은 향후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겨두게 됐다.

당초 금소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을 계기로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제정이 꾸준히 추진되어 왔으나 여야 이견 차 및 금융업계 반발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보험업계 역시 금소법 시행 시 발생할 보험산업 위축과 여러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소비자의 권한을 강화하는 취지의 법안이 통과된다는 건 업체 입장에서는 그만큼의 부담을 안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해 관계자들의 뚜렷한 입장 차이와 업계 반발에 동력을 잃어가는 듯 했던 금소법은 최근 대규모 원금 손실 및 불완전 판매가 드러난 DLF사태가 단초가 돼 법 제정에 탄력이 붙게 됐다.

금소법 제정안은 금융위원회 발의안을 중심으로, 금융사의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 권유행위 금지·광고 규제 등 ‘6대 판매행위’ 원칙을 전체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 소비자단체 “알맹이 없어, 이름값 못해” 지적

다만 금소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는 법안에서 제외되면서 보험사는 안도의 한 숨을, 보험소비자는 아쉬움의 탄식을 내쉬게 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금융사의 불법행위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재산상의 손해액보다 더 큰 배상을 부과하는 제도이며, 집단소송제는 금융상품 거래 과정에서 다수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자 중의 한 사람 또는 일부가 다른 피해자들을 대표해서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두 제도는 안 그래도 다수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보험업계에 소송 증가 및 막대한 재무 부담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소비자에서 금융회사로 입증할 책임을 돌리는 ‘입증 책임 전환’도 금융회사의 고의·중과실에 한해서만 적용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다시 말해 고의·중과실이 아니라면 금융상품 판매 시 설명의무 등의 위반으로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과실 및 손해액 등에 대한 입증책임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부담된다는 뜻이다.

결국 과도한 소비자 보호 조치로 금융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금융권 우려에 핵심 쟁점 사항이 모두 빠지게 되면서 금소법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법’이 됐다는 비난이 나온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국장은 “금소법은 이름만 거창할 뿐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알맹이가 모두 빠져있어 현장에서 얼마나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의구심이 든다”며 “기존에 만들어진 지침이나 가이드 라인만 철저히 지켜져도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이유가 없다. 그 조차 지키지 않는 보험사들이 하물며 핵심 사항이 모두 빠진 금소법을 신경 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이어 “비전문가인 소비자와 전문가인 보험사가 다투게 될 경우 누가 우위를 점하게 되는지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 입증 책임 전환 등 세 가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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