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출시 잠정 중단 등 판매 움직임 '둔화'...상품 구조개선 TF 발표 '예의주시'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윈-윈인 상품이라며 대세로 떠올랐던 무해지·저해지환급금 보험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불완전판매로 인해 제2의 DLF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이 지난달 해당 상품에 ‘소비자 경보’를 발령, 순식간에 업계 내 ‘문제아’로 낙인찍힌 모양새에 보험사들은 판매를 자제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 잘나가던 무해지보험, 불완전판매 우려에 ‘급제동’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손해보험사는 2016년 7월부터 무·저해지환급금 상품(이하 ‘무해지 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에서 환급금을 줄이거나 없앤 대신 보험료를 대폭 할인한 무해지 종신보험 판매에 집중했다. 신 고객 유치 및 계약유지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데다, 반대로 중도 해지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해도 돌려 줘야만 할 돈이 없거나 적으니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20~25%가량 저렴한 보험료로 합리적 보장을 내세우는 무해지 보험은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었고, 결국 순식간에 보험업계 대세로 자리 잡았다.

▲ (사진출처=PIXABAY)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해지 보험 판매는 2015년 3만4,000건, 2016년 32만1,000건, 2017년 85만3,000건, 2018년 176만4,000건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1분기 3개월 기간 동안에만 약 108만 건의 신규 판매를 기록했을 정도다. 현재까지 약 400만 건의 누적 계약이 체결된 된 셈이다.

중요한 건 400만 건의 계약자들 모두 무해지 보험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수반됐느냐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급격한 판매 증가 및 과다 경쟁 과정에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해당 상품을 저축성 보험인 것처럼 안내하고 있다. 또한 납입기간 중 해약환급금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설명을 전혀 하지 않거나 미흡하게 해 민원 발생 가능이 커지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 최근 판매가 급증한 무해지 보험 상품에 대해 소비자 경보 발령 등 소비자 보호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무해지 보험 판매 급증 및 과당 경쟁을 보험사의 전형적인 단기 실적중심의 영업행태로 보고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서 지난 8월 초 무해지 보험 안내 강화 방안을 이미 발표한 바 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 “보험 이치에 가장 맞는 상품” VS "오인 소지 커“

금감원은 이달 초 해당 상품의 구조개선을 위한 TF(금감원, 보험개발원, 협회, 업계 상품 담당 실무자)를 구성하고, 소비자 보호 및 보험사의 장기적 리스크 관리 등의 측면에서 상품설계 제한 등 보완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중소형사 대형사 할 것 없이 적극으로 해당 상품을 시장에 내놓고 판매에 열을 올리던 보험사들도 운신의 폭을 줄이고 있다.

NH농협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계획됐던 무해지 종신보험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잠정 중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TF 발족에 따른 추후 발표 내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무해지 보험 시장이 꽁꽁 얼어붙는 분위기에 일부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환경이 만들어질까 우려한다.

또한 그동안 단순히 가성비 좋은 실속형 보험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던 소비자들은 최근 무해지 보험을 둘러싼 문제점만 부각되자 해당 상품의 효용성을 두고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대해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임에도 저축성 보험인 것처럼 설명하는 불완전판매가 이뤄지다 보니 중도 해지 시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상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판매 과정의 문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원래 보험은 저축성이 아니라 보장성 성격을 가지고 있고, 특히 무해지 종신보험은 별 다른 일이 없다면 중도 해지 없이 종신까지 가져가기 위해 가입하는 보험”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보장 내에 보험료가 싸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계약 유지기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무해지 보험은 보험 이치에도 가장 잘 맞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해당의 상품 자체가 문제성이 크다는 의견도 분명히 있다. 상품 구조적으로 소비자 오인 및 불완전판매 소지가 무척 높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해지 보험 상품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건 분명히 인정되는 부분”이라며 “특히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보험 상품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거의 없다 보니 제대로 알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무해지 보험은 그 위험성이 더욱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