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경고등이 켜졌다. 10월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손해율이 97~98.5% 사이로 가마감되었고, 10월 기준 누적 손해율(1~10월)은 89.1%로 적정손해율(75~78%)을 크게 넘어섰다.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손해율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자동차 정비수가 상승과 외제차 증가, 대인 경미사고 한방진료비 증가 등을 꼽는다.

상대방의 외제차를 파손시킨 경우에는 연식이 오래되어도 순정부품으로 교환해주어야 하는데

외제차 부품비와 수리공임비 등은 국산 차에 비해 매우 비싸다. 비슷한 부품이라도 국산 차보다 4~5배 이상 차이가 나고 공임비도 평균 2배 정도 높다. 독일 수입차를 기준으로 하면 범퍼 교환 시 150만 원, 램프 교환에 250만 원, 펜더 교환에 120만 원 정도가 든다. 출고된 지 오래된 범퍼나 펜더 파손 시에도 신품으로 교체해주어야 하다 보니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350만 원이 넘는 수리비가 나온다. 그 외 수리 기간 동안의 렌트비까지 지급하게 되면 최소 4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피해차 차주는 신품교환과 더불어 차량 렌트도 했으니 큰 불만이 없지만, 보험사 직원이 가해차 고객에게 대물수리비를 안내하면 펄쩍 뛰면서 격렬히 항의하는 것이 다반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국산 차는 2,103만 대(90.6%)이며 외제차는 217만 대(9.4%)로 수입차의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하며, 증가속도도 빨라지고 있다.(‘04년 1.0%→ ’08년 2.1% →‘12년 4.0% →‘17년 8.4% →’18년 9.4%) 또한 시장점유율 10% 내외의 외제차가 전체 차량수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었고, 이 중에서 부품값 비중은 수리공임 대비하여 55% 이상이다.

정부는 외제차 순정부품가격이 국산 차에 비해 너무 높아서  대체부품인증 제도를 두었다. ‘대체부품’이란 순정부품처럼 차량메이커의 OEM 제작품이지만, 비순정부품으로 브랜드 표시가 없고, 사제품이나 중고부품과는 구별된다(별첨 용어설명 참조). 그러나 ‘대체부품’ 사용 시 부품원가를 25% 낮출 수 있으나 강제성이 없다 보니 외제차 지정서비스센터에서 사용을 꺼리고 굳이 이를 찾는 소비자도 없어서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외제차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통상 수입(딜러) 업체의 지정서비스센터에 입고하고 딜러사업소에서는 본사에서 나오는 신품으로 교체 후 가해 차 보험사에 수리비를 청구할 뿐이다. 승용차 판매와 수리서비스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는 외제차 딜러사는 시간당 공임을 담합했다가 공정위과징금을 물기도 했는데 대체부품을 사용하여 수리비를 낮출 이유가 없다.

순정부품에 대한 고집은 국산 차 메이커도 마찬가지다. 국산 차 지정서비스센터에서도 순정품 교체가 일상화되어 있고 현대, 기아차의 경우에도 ‘대체부품’을 구하기가 어렵다. 국내 디자인보호법에 막혀 일부 차종만 대체부품(싼타페TM 펜더 등)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보험의 담보별 보험금 지급비율을 살펴보면 대물 부문이 62%, 대인 부문의 비중은 38% 정도로 대물이 압도적으로 높다(과거에는 그 비중이 반대였다). 이 수치로 볼 때 외제차 부품 값이 현실화된다면 상당한 보험료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

순정부품만 고집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대체부품 사용이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은 대체부품(OEM) 사용비율이 22%이고, 일본은 아예 연식 2년이 경과한 차량은 순정부품 아닌 대체부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우리는 ‘품질인증부품 사용 특별약관’이 2018년 2월에 도입되었고, 이 특약은 별도의 보험료 부담 없이 자동 가입된다. 적용 대상은 사고 유형별로 자차 단독사고, 가해자불명 사고, 보험가입자가 100% 가해자인 일방과실 사고에만 특약을 적용한다. 쌍방 과실이나 보험 가입자가 타인에게 물적 피해를 주는 대물 사고는 제외했다.

이 특약 적용자가 국산자동차부품협회의 품질 인증을 받은 대체 부품을 사용해 차를 수리하면 완성차 업체가 OEM방식으로 생산한, 같은 부품 가격의 25%를 환급받을 수 있다. 비싼 OEM부품을 사용하지 않아 보험사의 보험금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환급해 주는 것이다. 사고보상은 원상회복이 원칙이고 새 부품 사용으로 이득이 있으면 부품가에서 상계처리 해야 한다.

자동차부품도 연식에 따라 같은 급의 대체부품이나 중고부품으로 교환해주는 것이 보험이론에맞다. 그러나 외제차 차주와 딜러사업소들의 순정부품만을 고집하는 관행은 자동차 손해율을 높이고, 국산 차량 차주에게는 할증불이익으로 돌아오니 억울한 일이다.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Malade)라는 신조어가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자의 의무)의 반대어로 노블레스 말라드는 ‘병들고 부패한 귀족이 더하다’는 의미다.

비싼 차량이 싼 차량의 보험료 덕을 보고 있으니 이것이 자동차보험의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Malade)다. 높은 자동차보험손해율은 결국 보험료 상승을 부른다. 선진국 수준의 외제차와 고급차의 대체부품사용 활성화 및 법제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별첨 : 용어 설명

▶ 순정부품 : 자동차 제조사에서 출고된 자동차에 장착된 순정품(OEM 부품)을 말한다.

▶ 사제품 : 모방하여 제조 (모방품, 시중품)

▶ 중고부품, 재제조품, 재생품 : 정비업체에서 중고 탈착품을 재가공하여 재생산한 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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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 수필가(샘터문학 등단), ALL FOR ONE, 다이렉트보험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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