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최석범 기자

[보험매일=최석범 기자]지난 19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민생경제법안 89개를 처리했다. 하지만 지난주 여야 원내대표가 본회의 통과를 합의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처리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데이터 3법의 본회의 처리 불발에 보험업계는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저금리 장기화에 성장 침체기에 들어선 보험업계는 데이터 3법 개정이 간절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구체화할 수 있고, 여러 가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보험사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데이터 3법 개정)을 풀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규제가 강한 한국과 달리, 외국은 빅데이터를 보험업에 적용해 매출증대를 꾀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올 라이프 보험사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에이즈(HIV/AIDS)나 당뇨병을 가진 사람 중 꾸준히 건강검진과 치료를 받는 사람에 한 해 사망 및 장해보장 보험을 제공했고, 유병자보험상품 판매 후 최근까지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사례의 영향으로 한국 보험사들도 유병력자가 가입가능한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됐더라면, 유병자 보험상품을 가장 먼저 출시·판매한 곳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보험사가 아닌 국내 보험사일지도 모른다.

빅데이터는 해지율 관리에도 활용된다. 중국 타이캉 사는 4500만명의 계약자 정보를 통합하는 분산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렇게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경영에 유용한 정보를 추철하고 이 가운데 영업에 필요한 정보를 보험 판매채널에 제공하고 있다.

보험모집인에게 제공되는 모바일애플리케이션은 모집인에게 고객 특성 및 권장제품, 계약해지 위험이 있는 고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계약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보험계약 갱신 수입을 2015년 대비 18% 증가시켰고 해지율을 0.1% 수준으로 낮췄다.

여기에 빅데이터 분석은 상품개발, 인수심사, 판매채널 관리, 보험금 지급, 마케팅 등 보험사 경영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곧 보험사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영효율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게 한다.

데이터 3법의 본회의 처리 무산은 국회의 ‘늑장심사’ 탓이 크다. 보험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1년 가까이 해당 법안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 정부가 나서 데이터 3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자, 이제야 논의가 진척되는 모습이다.

현재 정무위원회는 25일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한 의결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고, 행정안전위원회 역시 29일 전체회의를 통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의결에 관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안타깝게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심사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여야가 극한 대립 속에도 데이터 3법에 대한 본회의 처리에 합의한 것은 해당 규제가 업계에 미치는 큰 것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폐기가 될 상황에 놓인다. 이번 정기국회는 다음달 10일까지다.

전 세계는 빅데이터를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선도국들은 이미 규제 빗장을 풀고 앞서나가고 있지만, 한국은 국회의 늑장대응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데이터 3법이 개정돼도 한국은 한참 늦은 편이다. 골든타임은 한참 전에 지났고, 더이상 지체하면 사망선고를 받을 수 있다.

더 이상 데이터 3법의 통과를 미뤄서는 안된다. 국회는 상임위 별로 예정된 일정에 맞춰 개정안을 심사하고 본회의 처리를 해야 한다. 더 이상 보험업계의 절절한 호소를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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