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이용률이 문제? 원인 파악부터 제대로...제도 허점, 추가 보완책 마련 시급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개인실손보험 중지제도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도대체 왜 이렇게 적은 것인지 이유를 궁금해 하는 기자에게 돌아온 보험회사 직원의 답변은 이랬다.

개인실손 중지제도는 이름 그대로 보험료 납입과 보장을 중지시키는 제도다. 

언뜻 ‘멀쩡히 잘 가입한 개인실손을 중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겠지만 개인실손 가입자가 단체실손에 중복 가입된 경우 보험료가 이중으로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작년 연말부터 도입됐다.

예컨대 이미 개인적으로 실손에 가입한 사람이 취직을 하게 됐을 때, 회사에서 들어주는 단체실손에 자동 가입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실손 중복 가입자가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실손보험은 실제 가입자가 부담한 의료비 범위 안에서만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2개 상품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두 보험사가 해당 보험금을 각자 일정 비율로 나눠 지급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2개의 상품에 가입돼 2배의 보험료를 지급하고 있으니 당연히 2배의 보상이 이뤄지는 논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사고 터져 보험금을 신청하게 될 때 양측 보험사에 모두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만 늘 수 있다.

이처럼 불필요하게 한 사람에게서 보험료가 이중납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기존 개인실손을 잠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시간이 흘러 퇴직이나 은퇴할 시기가 되면 중단한 보험과 유사한 개인실손으로 심사 없이 갈아탈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 해당 제도의 탄생 취지다.

그런데 당국의 좋은 취지와 달리 결과는 처참하다. 지난해 12월 개인실손 중지 제도 시행 이후 올해 8월말까지 단체-개인 실손 중복가입자 가운데 해당 제도를 이용한 사람이 1%도 채 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런 결과에 대한 원인으로 혹자는 홍보 부족으로 대다수가 제도 도입 사실을 모르거나 단체 중복 가입 사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이로 인해 보험사만 두 배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나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보험사 측의 설명은 다르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똑똑해서 해당 제도의 허점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단 한번 개인실손을 중지시키면 다시 재개를 원할 때 본래 가입했던 실손 상품으로 원상복구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건 해당 제도의 가장 큰 허점이다. 재개시점에 보험사가 판매 중인 유사한 상품에서 다시 선택하게 하는 것인데, ‘유사한 상품’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할 뿐 아니라 과거에 든 실손 상품일수록 보장 혜택이 좋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해당 제도를 이용할리 만무하다.

또한 해당 제도를 이용하려면 단체 실손에서 5년간 200만원 이하로 보험금을 받았거나, 주요 질병 등 치료 이력이 없어야만 심사 없이 개인 실손으로 전환 가능하다는 까다로운 전제조건도 따라붙는다. 퇴직 시기인 50~60세 이후 과연 해당 질병을 앓지 않으리란 보장이 얼마나 될까?

개인실손 중지제도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의 문의는 많았으나 자세한 내용 설명을 듣고 중지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다수였다는 보험사 측의 설명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변에서 누군가 개인실손 중지제도를 이용하겠다고 한다면 당장 기자 본인 역시 말리고 나설 것임이 분명하다. 향후 퇴직 시기에 똑같은 상품에 재가입이 불가능할 게 불 보듯 뻔한데다 예외 조항 등의 불확실성까지 감수하고라도, 무턱대고 개인실손을 중지하라고 부추 길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취재 전 개인실손보험 중지제도 이용률이 저조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활성화 방안을 찾던 기자는 취재 후 아이러니하게도 이용률이 낮은 현실에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해당 제도 내용을 오인한 채 개인실손을 중지해버리고 추후 후회하게 될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단체실손 가입기간 동안 개인실손을 중지하는 것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며, 면면을 살펴보면 오히려 불리한 게 더 많아 보이는 현재의 상황에서 추가 보완책 없이 허점 많은 제도의 이용률만 높이자고 외치는 건 위험한 발상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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