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재정악화, 저실적 설계사 대량실직 우려

[보험매일=최석범 기자]국가인권위원회가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의무적용을 위해 국회가 나서 관련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심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자 보험업계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인권위 입장대로 고용보험이 단계적으로 적용되면 전면 적용의 물꼬가 되고, 향후 전면 적용으로 이어지면 보험사들의 재정악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다시 불붙는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적용 논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적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가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조속히 심사하라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의무적용’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인권위는 지난 7일 특수고용직 종사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이유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고용보험법 개정안(한정애 의원)을 조속히 심사하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법률 개정안은 특수형태의 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노동자)와 예술인에 대해 고용보험을 당연(의무) 적용하도록 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인권위는 보험료에 대해 일반 임금노동자와 동일하게 사업주와 분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급여 내용에서는 실업급여와 출산전후 휴가급여를 우선 적용해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입장이다.

특고직 노동자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과제로 채택해 보험업계의 큰 반발을 산 이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8월 고용보험위원회의 의결내용을 반영해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단계적 확대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방안이 발표되자 당시 보험업계는 반대입장을 나타내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지난해 8월 “보험설계사 입장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보험설계사들의 생각 역시 고용보험 적용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보험연구원이 보험설계사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8%가 고용보험 의무화를 반대했고 45.5%는 가입여부를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고용보험 적용 시 재정 악화 불가피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적용이 재정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보험설계사 감원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보험사와 GA소속 보험설계사 40만 7250명 가운데 22만 4492명의 소득을 분석한 결과 고용보험이 의무도입 되면 월 173억 700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재정악화는 저실적 보험설계사의 퇴출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재정이 악화되면 경영관리 차원에서 실적이 적은 보험설계사 보다 실적이 많은 보험설계사를 끌고 가려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권위가 국회의장에게 관련 법안 심사를 조속히 심의할 것을 표명했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는 특수고용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논리가 부족하다. 설계사에 대한 직업 정의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보험법 개정안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보험이 적용되고 4대보험 모두가 적용될 경우 보험사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손실이 발생한다. 보험사는 회사를 운영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타이트하게 운영하다보면 실적이 좋은 설계사만 끌어안고 가려할 것”이라면서 “보험사는 경력단절을 겪은 분들 등 취업약자를 고용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아마 이런 분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는 입퇴사가 잦은 편이다.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활동기간에 대한 파악이 중요한데, 소모적이고 비용도 많이 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 후 “재정에 부담이 되면 효율성을 높이려 할 것이고 설계사 한 명을 채용해도 실적이 많은 사람을 뽑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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