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물음표?…금감원 "가상계좌 대납 원천 차단만으로도 효과 크다" 반박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보험설계사가 가상계좌를 보험료 대납 등 부당 모집행위에 이용하는 관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서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은행·보험업계와 함께 보험료 수납용 가상계좌의 실제 입금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구축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인데, 벌써부터 실효성을 두고 희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 가상계좌 사용 5.8%...보험료 대납 잡는다

금감원은 지난 6일 각 협회 및 38개 보험사, 15개 은행 등의 관계자들과 TF를 구성하고, 올해 내 보험사 가상계좌 내부통제 개선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또한 TF 개선안에 따라 내년 상반기 내 보험사와 은행은 업무협약․전산시스템 구축하고, 하반기 보험사의 가상계좌 내부통제 구축현황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이체, 신용카드, 가상계좌, 실시간 계좌이체 등 현재 소비자들이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자동이체(78.5%)와 신용카드(12.4%)를 통해 보험료가 납입되는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가상계좌를 통한 납입 비율도 5.8% 정도 되는 상황이다.

특히 가상계좌는 보험사의 보험료 수납 편의성 및 고객관리 용이성을 사유로 이용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10개 손보사 기준 가상계좌 납입 건수는 2017년 4,074만건에서 지난해 4,296만건으로 5.4%가량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2,189만건이 가상계좌를 통해 납입됐다.

문제는 가상계좌를 통해 누구라도 계약자명으로 보험료를 입금할 수 있다는 허점을 악용해 실적 달성이 급한 설계사가 직접 계약자명으로 보험료를 입금하는 대납행위가 현장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보험료의 실제 입금자가 계약자(계좌주)와 동일한지 현재로써는 보험사가 확인이 불가능 시스템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다.

◇ 가상계좌 실입급자 확인, 효과 '물음표'?

관건은 ‘보험료 수납용 가상계좌의 실제 입금자 확인제도’ 전면 도입이 얼마나 큰 실효성을 거둘 지다.

▲ (사진출처=PIXABAY)

일각에서는 가상계좌의 실제 입금자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해서 영업현장에서 벌어지는 보험료 대납 관행이 뿌리 뽑힐지에 대해서 벌써부터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계좌 이용률이 6%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다 해당 납부 방법 외에도 마음만 먹으면 설계사가 보험료를 대신 내줄 수 있는 통로가 워낙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당국 발표를 보고 많은 설계사들이 경각심을 가졌을지 의문”이라며 “스마트폰으로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시대로 설계사가 계약자에게 페이를 통해 보험료를 대신 넣어줄 수도 있고, 당장 개인적으로 현찰을 손에 쥐어주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는 규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무척 많다”며 “물론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해당 방안만으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생각은 다르다. 일단 가상계좌를 통한 보험료 대납을 원천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그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가상계좌로 보험료를 납입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계약유지율이 현격히 낮아진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설계사가 6회 연속 가상계좌로 보험료를 입금한 경우 실제 손보사 장기보험계약 2년 유지율이 34%로, 전체 70.6%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이체나 카드납부 등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진성으로 보험료를 납입하는 계약자일 확률이 높은 반면에 가상계좌를 이용할 만한 고객은 극히 많지 않다”며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일시적으로 한두 번 정도 이용 후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정상인데 계속해서 가상계좌를 이용한다는 것은 6%밖에 안 되지만 안 좋은 쪽으로 이용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너무도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는 보험료 대납 과정이 훨씬 어렵게 바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 중이다.

해당 관계자는 “그동안 가상계좌 대납의 경우 입증이 어려워 적발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물론 가상계좌를 통한 보험료 대납이 막힌다 해도 현금 지급 등 다른 방법을 통해 할 수는 있겠지만, 과정 자체가 불편해진다는 것만으로도 방지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