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도 저해, 특약 개수 줄여라" 당국 주문에 보험사 "보장공백 등 부작용 우려"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보험사들이 현재 많게는 한 상품에 280개까지 포함돼 있는 특약 빼기 작업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 내에 주계약에 부가되는 특약을 최소화하도록 정비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운전자보험에 들어가는 ‘골프활동 중 배상책임’ 등 상품명과 무관한 특약 얹기가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 내에서는 도리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보험료 인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금융당국 “상품명과 무관한 특약, 이해도 저해”

금융위원회 ‘대표상품군별 최다 특약부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생명보험 상품 중 특약이 가장 많은 경우는 96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손해보험 중에는 특약이 280개나 부가되고 있는 상품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생명보험 상품 중 특약이 가장 많은 사례는 질병보험 96개, CI보험 94개, 종신보험 87개로 집계 됐으며, 손보사는 통합보험 280개, 운전자보험 137개, 암보험 143개 등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 이 같은 특약 남발이 상품구조를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 보험약관에 대한 이해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내년 2분기 내 주계약에 부가되는 특약을 최소화하는 등 정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자료출처=금융위원회)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 최근 1년간 가입실적이 없거나 낮은(가입율 10% 미만) 특약을 동일상품에 부가하는 것을 제한하고, 상품명과 무관한 특약부가를 금지하기로 했다. 또한 최근 3년간 보험금 지급실적이 없는 담보가 포함된 특약부가도 제한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의 실제 가입여부, 상품명칭 등과 상관없이 세분화된 많은 특약을 주계약에 부가해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상품 이해도 및 합리적 선택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 보험사 “소비자 선택권 제한...현장에만 책임 전가”

보험사들은 특약 개수의 인위적 축소를 통한 효과는 소비자들에게 양면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분별한 특약부가가 사라지게 되면 보험약관이 간단해져 소비자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 효과이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축소시키고 보장 공백을 만드는 등 다양한 역효과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특약의 목적은 주계약 외로 추가로 담보 보장을 더 받거나 기존 담보 내용을 줄여 보험료 절감 효과를 보기 위함인데, 소비자 필요에 의해서 늘어나게 된 특약을 억지로 줄이게 되면 선택권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특약 간소화는 사측에서도 상품 개정 때마다 부보율이 저조하거나, 보장이 겹치는 부분은 계속 정비해 왔던 일”이라며 “감독당국에서 제시한 방안대로 특약을 간소화하게 되면 소비자가 다양한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서 단품형 상품 여러 가지로 가입해야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액이 비교적 저렴한 특약 형태가 아닌 단품형 상품으로 가입하게 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국 보험료 인상효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정 직업군이나 업종을 위한 보장은 아예 없어 질수도 있고, 특정 특약은 회사별 부가율에 따라 일부 보험사에서만 판매가 가능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독과점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 (사진출처=PIXABAY)

근본적으로 특약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한 상품 안에 최고로 많은 특약이 280개인데 과연 몇 개까지 줄여야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미지수”라며 “200개를 100개로 줄이면 이해도가 높아질 것인가도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에 특약이 너무 많아 복잡하다는 우려는 결국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상품 내용 설명을 더욱 상세히 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융당국의 특약을 줄이라는 요구는 다시 말해 약관을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하게 만들라는 소리인데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전문가들이 모두 매달려도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장에만 자꾸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