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최석범 기자

[보험매일=최석범 기자]국회가 지난 10월 31일 본회의를 갖고 164건의 무쟁점 법률개정안을 처리했다. 법률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가 본회의를 개최한 것은 무려 90일 만이다.

이날 통과된 164개 법안 중 보험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동차손배법) 개정안 정도다.

자동차손배법 개정안은 음주운전 등 교통법규 위반과 운전면허의 효력에 관한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운전면허의 종류에 건설기계조종사면허를 포함도록 했고, 개인정보 제공 요청을 받은 보유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에 응하도록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동차손배법 개정안 통과로 손해보험사들의 보험료 산출과 보험금 지급업무에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결된 안건 면면을 보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가결된 법률개정안 가운데 보험업계에 절실한 요구가 담긴 안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숙원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고용진 의원 대표발의)’은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줄 것을 가능토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은 그 요청에 따르도록 하는 내용은 담고 있다.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 모두가 이견 없이 원하는 제도이다 보니 도입 명분은 차고도 넘친다. 여기에 소비자단체들도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법안통과 난항에 처해있다.

표준약관 작성주체를 보험협회로 변경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김종석 의원 대표발의)’ 역시 정무위에 3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타 금융업권은 관련 협회가 직접 표준약관을 작성하는 만큼 보험업권도 표준약관을 직접 작성토록 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보험업계는 표준약관을 관련성 없는 기관이 작성하면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고 정확한 내용을 담을 수 없다며 전문성 있는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가 표준약관을 작성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정무위 의원이 “금융분쟁의 60~70%가 보험분야라”는 주장을 하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규제 한도를 풀어주는 ‘보험업법 개정안(유동수 의원 대표발의)’ 역시 정무위 문턱에서 한 발 짝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법률개정안은 보험회사가 일반·특별계정에 속하는 자산을 운용할 때 준수해야 하는 해외자산 소유 비율 규제를 100분의 50으로 완화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운용을 위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경우 일반계정은 총자산 대비 30%, 특별계정은 각 특별계정자산 대비 2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현행 한도규제는 2003년부터 바뀐 적이 없으며 바뀐 금융환경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보험회사의 효율적 자산운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이지만, 논의의 진척상황을 볼 때,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보험관련 법률개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모두 회기종료로 자동폐기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보험업권의 절절한 요구가 담긴 수많은 법률개정안이 폐기됐다.

골든타임이라는 의학용어가 있다.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금쪽같이 귀한 시간’을 의미한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보험업권의 염원이 담긴 법률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골든타임을 놓쳐 우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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