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째 정무위 계류 중…의료계 반대에 가로막혀

[보험매일=최석범 기자] 매년 보험업과 관련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으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총 58개지만, 실제로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11개에 불과하다.

계류 중인 법률 개정안은 21대 국회로 넘어가면 자동으로 폐기되기 때문에, 동일한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려면 10인 이상의 의원 찬성을 받아야 하는 절차 등 수고가 필요하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보험업 관계자들의 절절한 요구가 담긴 수많은 법률 개정안이 폐기된 바 있다.

보험업 발전을 위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인 셈. <보험매일>은 보험업계가 눈여겨야 할 보험업 관련 주요 법안을 소개한다. 두 번째는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고용진 의원 대표발의)이다. <편집자 주>

◇‘숙원’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지지부진 의료계 반발 탓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보험업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최초 2009년 손해보험사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실손보험금 청구 서류를 간소화를 언급하면서 제도도입의 물꼬를 텄다.

보험자(보험회사)와 피보험자(가입자) 모두가 이견 없이 원하는 제도이다 보니 도입 명분은 차고도 넘친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이 시민단체 ‘소비자와 함께’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 10명 중 7명이 서류종류가 복잡하고 발급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면서 제도도입의 필요성이 재차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 소속 고용진 의원이 지난 2018년 9월 27일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1년이 넘도록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

개정안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줄 것을 가능토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은 그 요청에 따르도록 하는 내용은 담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법률 개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 한 차례 올랐을 뿐, 이후 정무위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법안의 적정성을 자체 심사하는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안건에도 오르지 못했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담은 법률 개정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의 반발이 심한 탓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청구 간소화가 이뤄질 경우 민감한 정보가 유출된다며 도입에 대해 거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월 보험사와 어떤 법적 관계도 없는 의료기관이 왜 국민의 민감한 질병 정보를 보험회사에 직접 전송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실손보험 가입자의 진료비 내역과 민감한 질병 정보가 보험사의 진료 정보 축적의 수단으로 악용될 개연성이 높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소비자 단체·보험사 찬성…전문위원도 긍정의견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면 보험자와 피보험자 모두가 윈윈(win-win)할 것으로 기대된다. 피보험자는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약국에서 진단서, 증명서,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신청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수의 보험사 역시 개별 청구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전산화로 진료기록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보험산업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하는 대승적 차원에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무위 조용복 수석전문위원 역시 “개정안대로 개선된다면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요양기관이 보험사에 바로 필요서류를 전송하게 된다. 현재 실손보험금 청구절차에 관해 제기되는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고 소비자들의 편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할 것”이라고 검토의견을 냈다.

보험가입자의 편익을 넓히는 만큼 소비자단체도 법률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대 등 7개 소비자단체는 지난 4월 국회 정론관에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고 법제화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는 비급여 내역과 과잉진료의 노출을 우려하며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넓은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의 불편을 감소시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면서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 원하는 만큼 이번 20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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