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위원 반대에 수년째 논의만, 타 금융권은 관련 협회가 직접

[보험매일=최석범 기자] 매년 보험업과 관련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으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총 58개지만, 실제로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11개에 불과하다.

계류 중인 법률 개정안은 21대 국회로 넘어가면 자동으로 폐기되기 때문에, 동일한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려면 10인 이상의 의원 찬성을 받아야 하는 절차 등 수고가 필요하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보험업 관계자들의 절절한 요구가 담긴 수많은 법률 개정안이 폐기된 바 있다.

보험업 발전을 위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인 셈. <보험매일>은 보험업계가 눈여겨야 할 보험업 관련 주요 법안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표준약관 작성주체 변경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김종석 의원 대표발의)이다. <편집자 주>

◇보험권 표준약관 금감원 작성 타 금융권과 정반대

현행 보험업법은 사업자단체가 아닌 금융감독원이 표준약관을 작성하고 보험업계가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타 금융업권의 경우 관련 사업자단체가 표준약관을 단독으로 작성하고 금융위원회에 사전신고해 제정하는 구조와 정반대인 셈이다.

실제로 사업자단체인 금융투자협회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표준약관을 단독으로 작성하고 있으며 여신전문금융업협회와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역시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각각 표준약관을 단독으로 작성하고 있다.

표준약관의 작성을 보험업권 사업자단체(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이하 보험협회)가 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행 보험업법에 표준약관 작성과 관련된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표준약관 작성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다보니 금융감독원이 표준약관을 직접 작성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표준약관을 보험업권 사업자단체가 작성토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김종석 의원 대표발의)이 지난 2016년 12월 국회에 발의됐다.

개정안에는 보험협회가 표준약관을 정해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표준약관 제정 및 변경 시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들어 금융위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금융위는 신고받은 표준약관을 공정위에 통보하고 표준약관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보험계약자 등의 권익을 침해할 겨우 보험협회에 변경할 것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 사진=정무위원회

◇정무위 위원 반대에 표준약관 작성주체 변경 수년째 논의만

표준약관의 작성주체를 보험협회로 변경하는 법안은 마련됐지만, 3년 가까이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조차 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전문위원 역시 보험협회가 표준약관의 작성주체가 되는 게 합당하다는 검토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일부 위원들의 반대로 해당 개정안은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2017년 2월 국회 정무위 소속 전장수 수석전문위원가 작성한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보험협회가 표준약관의 주체가 돼 작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즉 김종석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대로 입법을 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는 얘기다.

전장수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보호 등을 위해 반드시 규제가 필요한 사항은 별도로 규율하더라도, 표준약관은 민간영역의 사업자단체가 자율적으로 작성토록 하는게 상품개발 측면에서 자율과 책임 원칙에 보다 부합된다고 생각된다고 밝히고 있다.

전문수석위원도 표준약관의 주체를 보험협회로 변경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개정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표준약관 작성주체를 두고 일부 위원들의 반발이 심한 탓 김종석 의원 안은 법사위는커녕 법안심사소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14일 정무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정무위 김병욱 위원의 반발이 크다. 김 위원은 “보험분야가 금융분쟁의 60~70%를 차지하고 있는 마당이고, 줄어들지 않는 게 현실”이라면서 “상황변화가 없는 이 시기에 표준약관의 제정권한을 보험협회로 내리는 게 무슨 실익이 있는지(모르겠다)”며 완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병욱 위원 외에도 정태옥 위원, 성일종 위원은 표준약관 작성주체 변경을 반대하고 김종석 위원, 김성원 위원 등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문성 있는 곳(보험협회)이 표준약관을 작성하는 게 맞다. 관련성 없는 기관이 작성하면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을 것이고 정확한 내용이 담기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보험협회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공적인 역할도 수행하다보니 적합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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