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차량에 기스가 날 정도의 경미한 사고에도 병원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2009년경 일선 경찰에서는 충돌상황 시뮬레이션을 통해 통증 유발 여부를 판단하는 마디모(MADYMO, MAthematical DYnamic MOdels의 약자)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이후 마디모는 꾀병환자(나이롱환자)를 잡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이전에는 택시 기사분들이 ‘범퍼의 먼지만 떨어져도 운전기사는 아픈 법’이라며 엄살을 피우면서 보상직원들을 놀렸는데, 당시에는 경미한 접촉사고 후 아프다고 우기면 마땅히 대안이 없었다.

마디모란,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사고상황 재연프로그램으로 사고 당시 차량 파손상태, 도로의 흔적 등으로 속도를 추정하고 운동량을 분석하여 사고로 사람이 다칠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선 교통경찰관의 의뢰로 실제 분석은 국과수나 도로교통공단에서 시행한다.

더미(인형)를 이용한 마디모 실험에서, 시속 8km 미만의 속력에서는 추돌당한 피해차량의 탑승자 신체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운동 변화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 세기를 역치(threshold value)라고 하는데 교통사고 운동변화의 역치는 시속 8km 이상으로 보는 것이다.

마디모 도입 이전에는 백미러끼리 부딪친 사고에도 놀랐다며 병원에 가는 사례가 많았고, 보험사 직원은 가해자의 강한 반발을 달래가며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금을 지급하곤 했다. 마디모 도입 이후에는 그 견제역할이 경찰로 넘어가 이제는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는 민원들에게 교통사고 담당 경찰관들이 시달리는 실정이다. 또한 사고감정을 담당하는 국과수나 도로교통공단 실무자들도 늘어나는 분석업무로 어려움이 많다.

얼마 전부터 마디모 회신결과에 불만을 품은 일부 피해자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기 시작하자 경찰조사관들도 ‘마디모는 마디모(기술적 분석결과)이고 그 결과와 관계없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안내하면서 한발 물러서고 있다. 보험감독당국도 마디모가 환자 개개인의 신체적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마디모에서 상해 관련성이 없다고 나오더라도 의사의 소견서를 감안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꾀병환자를 감별하는 것은 국과수나 경찰의 몫도 아니고, 의사의 몫은 더더욱 아닌 것인데 일부 ‘블랙컨슈머’들은 진짜보다 더 소비자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의사는 환자 치료와 원상회복을 돕는 사람이지, 자동차 사고를 공학적으로 분석하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인체공학자가 아니다. 꾀병환자들은 이를 감별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의사냐!”며 따진다. 그런데 아무리 의사라 해도 자신의 진료환자를 어떻게 꾀병환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냥 물리치료를 해주면 치료비를 받는데, 경찰이나 국과수도 하지 못하는 일을 분석해서 환자한테 멱살 잡힐 바보는 없다.

보상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디모의 위상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국과수나 도로교통공단으로에 하는 의뢰도 어려워졌고, 회신 문구도 예전에 비해 명쾌하거나 강력하지 못하다. 심도 깊은 교통사고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사고 후 입원율도 갈수록 떨어지는데 경상자 지급보험금과 보험회사 손해율은 거꾸로 올라간다는 것은 모순이다. 경상환자들의 보험금에 버블이 있거나 모럴해저드가 있다고 판단하는 단서들이다.

현행 마디모 감별에 일부 부작용과 맹점이 있지만, 무분별한 의뢰가 아니라면 제도를 활성화는 것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억울한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의 학습효과로 꾀병환자들이 유행병처럼 퍼진다면 보험제도는 붕괴되고 그 이전에 이웃끼리 사회적 신뢰 또한 무너질 것이다.

만성적인 적자로 긴 터널을 지나오던 자동차보험이 잠시나마 흑자로 돌아선 시기가 대략 마디모 분석이 왕성한 위력을 발휘했던 시기와 일치하고, 최근 들어서 경상자 진료비와 손해배상금 증가로 다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치솟고 있는데, 약해진 마디모의 위상 탓도 상당 부문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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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 수필가(샘터문학 등단), ALL FOR ONE, 다이렉트보험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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