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가입자 아직도 138만 명…"관련 제도 개선해야" 목소리 나오는 이유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중복가입자가 아직도 13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회사 측이 복지 차원에서 임직원들을 가입시키는 단체 실손보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복가입자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근로자가 중복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 단체 중복가입만 125만명…장병완 의원 “확인제도 미비”

국회 정무위원회 장병완 의원(광주 동구남구갑)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실손보험 중복가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개인중복가입(개인-개인)은 9만5000명, 단체(단체-개인) 중복가입은 125만4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실손보험 중복가입자 138만 명 중 개인 중복가입보다 단체 중복가입이 13배가 넘는 규모의 수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개인 중복가입자는 12만1000명에서 9만5000명으로 1년 사이 약 30%가량 줄어든 반면에 단체 중복가입자는 127만1000에서 125만4000명으로 거의 줄지 않았다.

지난 2010년부터 보험업법에 ‘중복계약 체결 확인 의무’가 신설됨에 따라 소비자가 보험을 계약할 때 기존에 가입한 보험계약과 동일한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는지 확인해 즉시 알리게 돼 있다.

다만  해당 내용이 실제 단체 실손보험을 가입하는 회사(단체)의 대표자에게만 알려주면 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정작 피보험자인 근로자들은 회사가 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병완 의원은 “현재 피보험자가 중복가입 사실을 인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보험업법에 단체가 계약할 때 계약자뿐만 아니라 피보험자에게도 알려주도록 해 실제 피보험자도 중복가입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 “개인실손 중지 후, 필요 시 재개 가능하지만…”

실손보험은 실제 가입자가 부담한 의료비 범위 안에서만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1인당 한 개만 가입해도 충분하다. 만약 실손보험을 중복가입 했더라도 두 보험사가 해당 보험금을 각자 일정 비율로 나눠 지급하는 구조로, 2배의 보상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료만 이중으로 부담하게 되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개인 실손보험 가입자가 취직 등으로 단체 실손보험에 중복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금융위원회는 보험료 이중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단체 실손보험과 개인 실손보험간 연계제도를 시행 중이다.

개인과 단체 실손에 중복 가입된 경우, 개인 실손 보험료 납입을 중지한 후 이직이나 퇴직 등으로 단체 실손이 중단되면 기존에 중지했던 개인 실손을 심사 없이 다시 보장받도록 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제도 시행 9개월이 지났음에도 어찌 된 일인지 실손보험 중복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는 근로자들이 이중가입 여부를 모르는 경우도 많지만, 단체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개인 실손보험 유지를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홍보 부족으로 실손보험 연계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회사에서 내는 보험료를 실제 이중부담으로 느끼고 있지 않아 가입 중지나 해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손보험 중복가입이 보험료 이중부담 문제 외에도 추후 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받게 되는 과정에서 가입자들에게 불편함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 만큼 관련 문제 개선을 위한 당국과 보험사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회사에서 부담하는 돈이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당장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아 문제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 보험사고가 터져 보험금을 신청하게 될 때 두 보험사에 모두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이어 “실손보험 중복가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이 실시 중인 소비자보호실태평가제도 항목에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중복가입자를 연간 얼마나 줄였는지 여부도 넣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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