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어느 날 지방에 사는 지인이 서울에 왔다가 고속도로 톨게이트 앞에서 앞 차량과 경미한 접촉사고가 났다. 당사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충격 여부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지만 현장에서 연락처를 받아 간 상대방 운전자는 다음 날 아프다며 보험접수를 요구했다. 만약 현장에서 보험접수를 요구했다면 경찰을 불러 조사를 했을 텐데, 시골집에 돌아가 쉬고 있는데 보험처리를 요구했으니 다시 서울로 올라가 경찰을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억울하지만 합의를 진행했고 보상금으로 30만 원을 입금해 준 뒤에야 웃으며 너무한 것이 아니냐고 하자, 본인도 얼마 전에 작은 접촉사고를 냈는데 상대방이 보험처리를 해서 상당한 금액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최근 다행히도 경미사고 꾀병환자들에 대한 문제의식과 개선에 대한 논의가 국회와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이는 보험사가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골치 아픈 문제였고 해결방법을 찾기 어려운 숙제였다. 

지난 8월 23일 국회대강당에서 보험연구원(원장 안철경)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경미사고 대인배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여기서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제2주제로 <경미사고 대인배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 수치를 보면 경미사고 환자들의 보험금 청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내용도 심각하다. 이는 보험회사의 보상실무자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점과 거의 일치한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도로 및 차량 안전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10년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중상자는 51% 감소한 반면, 3주 미만의 치료를 요하는 경상자는 41% 증가하여 3주 이하의 치료를 요하는 경상자가 전체 교통사고환자의 95%를 차지했다.

-교통사고환자 사망·중상자 비율은 13% → 5%로 감소했고, 2018년 기준, 5일 미만의 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전체 사고 환자의 62%(10년 전 19%)를 차지했다.

□ 사고심도와 치료비 간 상관관계가 부재하다 : 범퍼 경미손상사고 중 치료비가 차량의 손상심도와 무관하게 지급되어 손해사정 기능의 미작동 가능성이 높다.

-환자의 인적특성(연령, 건강상태 등)과 차량특성에 따라 상이하겠으나, 평균적으로는 차량의 손상정도와 인적피해의 심도 간의 상관관계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범퍼 경미사고 중 차량손상 심도와 대인배상보험금 간 상관관계가 부재했다.

-차량의 손상심도는 3유형> 2유형 >1유형 순으로 높으나, 지급된 대인배상금은 1유형>3유형>2유형 순으로 오히려 심도가 낮은 1유형 보험금이 가장 크다.

□ 경상환자의 진료비 및 진료행태 특성을 살펴보면, 먼저 동일 손상심도(유사충격), 및 동일 상해등급 내에서도 환자 간 치료비 격차가 매우 크다.

-범퍼 경미손상사고의 상해 14급에 지급된 대인보험금(합의금)의 경우 상위 20%의 평균이 하위 20%의 평균보다 6배 이상이다.

-범퍼 경미손상사고의 상해 14급에 지급된 치료비의 경우 상위 20%의 평균이 하위 20%의 평균보다 손상유형별로 36~42배 크게 나타났다.

 (범퍼 경미손상사고란, 부품교체 없이 복원이 가능한 손상을 말함)

□ 경상환자의 진료비 중 한방 비중은 61%이며 1인당 한방진료비는 양방의 2.7배로 경상환자의 한방치료 선호가 뚜렷하다.

-동일 상해급수라도 한방을 이용한 환자군의 평균병원치료비 및 향후 치료비가 양방만 이용한 환자군에 비해 높다(동일 손상심도에서 손해배상보험금도 높다).

[보험연구원 8월 23일 보도자료]

최근 10년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중상자는 51% 감소하는 동안, 3주 이하의 치료를 요하는 경상자는 41% 증가하였는데, 이 증가분만큼 환자 버블 내지 모럴해저드가 있다는 합리적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 모럴해저드(moral hazard) :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발생하는 도덕적 위험. 

------------------------------------------------------------------------------

▲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 수필가(샘터문학 등단), ALL FOR ONE, 다이렉트보험코디.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