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노조 탄생 ‘글쎄’ 회의적, 설립돼도 큰 영향 미지수

▲ 사진=보험매일

[보험매일=최석범 기자]전국보험설계사노조가 지난 1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설립신고 서류를 제출했다. 지난 2000년 보험모집인노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설립신고를 신청했다가 반려된 지 19년 만이다. ‘합법 노조’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이른바 노동 3권을 갖게 되며 수당, 수수료인상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보험설계사의 ‘합법노조’ 설립을 바라보는 보험업계의 시각은 어떨까. 설립허가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과 설령 ‘합법노조’가 탄생한다 해도 현재 노조원 수가 적다 보니 당장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보험매일>은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관계자의 말을 통해 보험업계의 보험설계사 ‘합법노조’ 설립 이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합법노조 설립허가 가능성 ‘글쎄’ 물음표=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보험노조가 신청한 ‘합법노조’ 설립 신청이 허가로 결정될 확률이 낮다면서 ‘합법노조’ 탄생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보험업계 관계자 A씨는 “행정청이 보험노조의 노조설립 신청허가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 다른 특수고용노동직 가운데 노조 신청허가가 난 경우가 있긴 하다. 그러나 보험설계사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면 안된다”면서 “보험설계사 노조가 합법노조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보험설계사는 ‘자영업자’로 규정되기 때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상 노조설립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2017년 11월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의 노동조합인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교부 받았고, 이듬해 6월 특수고용직 학습지교사 노동조합은 대법원으로부터 ‘합법노조’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노조의 적법성 여부는 구성원인 보험설계사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데, 보험설계사는 보험회사와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이며, 기존 판례와 행정해석 등은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을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무특성 또한 보험회사로부터 근로시간·장소 등의 통제나 구체적인 지휘, 감독이 없고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 받는 등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낮다”면서 “행정청으로부터 합법노조로 인정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설립허가 이뤄져도 영향 ‘미비’ 조합원 수 증감 변수=보험업계 관계자 B씨는 보험설계사 노동조합(이하 보험노조)이 신고허가를 받아도 당장 업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보험노조에 가입한 노조원 수가 400명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신경 쓸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 B씨는 “만약 보험노조가 설립허가를 받아도 노조에 가입한 보험설계사의 수는 400명 정도다. 회사에서는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구체적으로 대응할 차원의 문제로 안 보는 것 같다. 다만 조합원의 수가 4000명이 되고 4만명이 된다면 전 보험사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B씨는 “합법노조가 탄생해도 전속 보험설계사분들은 가입을 많이 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독립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분들은 노조 가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일부 GA에서 급여 미수령 등 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면서 “합법노조가 탄생하면 영향을 받아도 GA가 더 영향을 많이 받고, 소형 GA일수록 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합법노조가 탄생하고 규모를 키워 수당 및 수수료 인상 등을 요구할 경우, 사측에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해 오히려 피해가 모집설계사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B씨는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면) 보험설계사를 채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회사는 철저하게 고실적 보험설계사 위주로 인원을 줄일 것이다. 리스크를 안고 가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회사가 무상으로 제공했던 부분들도 유료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기라든지 사무실 사용료를 보험설계사분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 교육을 한번 받으려 해도 본인의 돈을 내고 받아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를 볼 것”이라면서 “4대보험 같은 경우에도 가입을 원하는 분들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소득에서 굳이 소득을 줄여가면서 그런 복지를 원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험업계 관계자 C씨는 “노조 설립 신청만 한 단계라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현재로써는 뭐라 말씀 드리기 어렵다. 나중에 노조 설립이 인정되면 그 때 가서 살펴볼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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