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평균 8.6% 불과…거절직군 운용하는 경우도 다수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경찰, 소방관 등 이른바 ‘고위험 직업군’ 종사자들의 보험가입 문턱을 낮추기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보험사들의 위험직군 실손의료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 손보사 위험직군 가입비율 평균 8.6% 불과

1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10개 손보사(흥국화재, 삼성화재, DB손보, KB손보, 한화손보, 메리츠화재, MG손보, 현대해상, 농협손보, 롯데손보 등)의 실손보험 위험직군의 가입 비율은 평균 8.6%로 집계됐다.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최근 1년간 전체 신계약건수 중 상해위험등급 3등급(보험개발원 직업등급표 기준 D및 E등급) 가입자가 포함된 계약건수의 비율을 말한다. 경찰, 소방관, 대리운전 기사, 헬기 조종사, 격투기 선수, 전문 산악인, 스턴트맨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자료출처=손해보험협회)

업체별로 살펴보면 롯데손보의 위험직군 실손보험 가입률은 4.1%로 업계 내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거절직군 수도 54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된 수치상으로만 따지자면 롯데손보는 위험직군 종사자들이 가입하기 가장 까다로운 손보사인 셈이다.

농협손보와 현대해상도 위험직군 실손보험 가입률이 각각 4.3%, 4.9%로, 5% 수준을 밑돌며 높지 않은 수치를 보였다.

이어 MG손보 6.3%, 메리츠화재 8.7%, 한화손보 9.9% 순으로 위험직군 실손보험 가입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업체는 모두 4곳이다. 흥국화재의 위험직군 실손보험 가입률은 14.3%로 가장 높았다. 삼성화재가 12.6%로 뒤를 이었으며, DB손보 11.6%, KB손보 10.9% 순이었다.

거절직군을 운용하는 경우도 다수다. 롯데손보 54개, 흥국화재 44개, 한화손보 37개, 메리츠화재 20개 등으로 조사됐다. DB손보와 MG손보, 현대해상은 실손보험 계약 시 가입을 거절하고 있는 직군이 따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시된 보험가입 거절직군 표시 내용과는 별도로 개인의 직무상 위험평가, 과거 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거절직군으로 표시돼 있더라도 무조건 해당 직군의 가입을 거절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설계사의 요청이 들어오면 별도의 심사를 통해 보험계약 인수 진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각지대’ 해소 쉽지 않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금융감독원에 민간이 판매하는 보험이라 할지라도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직업군에 속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실태파악을 통해 정책·제도개선을 통해 불합리한 차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후 직업 특성상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가입이 거절되는 등 고위험직종 종사자들이 민간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도 관련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협회를 통해 개별 보험사의 고위험직종 종사자의 일부 보험상품 가입 비율과 거절직군 수 등을 공시하도록 한 것이 그 일환이다.

그러나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손보사의 실손보험 위험직군 가입 비율은 생보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긴 하나 보험업계 전반이 손해율 상승을 이유로 가입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위험직군 종사자들도 고생하는 만큼 보험가입이 수월해야 한다는 부분은 공감하고 있지만 보험사가 손해를 감수해 가며 위험직군에 대한 보험가입 활성화를 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일부 보험사는 위험직군 종사자를 거절하는 내부적 지침이 있으면서도 대외적으로 없는 것처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간보험사 측에 무조건 위험직군 보험 가입 활성화를 강요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손해율이 높은 직업군을 일반 계약자들과 한 바구니에 섞어서 운영하면 공평성의 원칙이 훼손돼 일반 계약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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