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 고령기 도래 시 보험료 7배 이상 상승
[보험매일=최석범 기자]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급증하고 적자 폭이 커지는 가운데, 현 상태가 이어지면 결국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 실장은 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코리안리빌딩 12층 강당에서 진행된 ‘실손의료보험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정책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혹은 통원치료를 할 경우 의료비의 실제 부담금액을 보장해주는 건강보험을 뜻한다. 실제 손실(의료비 지출)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실손보험이라고 불린다. 만족도가 높아 가입자가 3500만명에 달하고 제2의 건강보험이라 표현된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공급중단 얘기가 거론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하면서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다. 손해액이 급증하고 적자폭이 커지다보니 보험사들도 실손보험 상품판매 중단하고 있다.
실제로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2017년 8월에 판매를 중단했고 KDB생명보험(2018년 1월), DGB생명보험(2018년 5월), KB생명보험(2018년 6월), DB생명보험(2019년 3월)도 각각 상품판매를 중단했다. 최근에는 NH농협생명이 온라인 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손해보험사 가운데 AXA손해보험은 2012년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ACE손해보험과 AIG손해보험도 2013년과 2017년 각각 손해보험을 판매를 접었다. 실손보험시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서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회사는 계속 감소할 전망으로 보인다는 게 보험연구원의 설명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1년 109.8%, 2012년 112.5%, 2013년 115.5%, 2014년 122.8%, 2015년 122.1%로 꾸준히 상승해 2016년 최대치(131.3%)를 기록한 후 감소세를 보였으나 최근 다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상반기 기준 실손의료보험 손해율(개인실손보험 기준)은 130%수준으로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액은 급증했고 전년동기 대비 15% 전후의 상승률을 보이던 손해액 증가율은 2019년 상반기 20% 수준으로 크게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100%를 넘어가면 위기로 본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80% 이상일 경우 위기로 본다.
보험연구원은 손해율 상승의 원인을 의료업계의 비급여 진료비 과잉청구, 보험가입자의 도덕적 헤이(모럴 헤저드) 등을 꼽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급여 진료비 과잉청구의 사례는 백내장 수술과 도수치료, 맘모톰 장비를 이용한 종양절제술, 고주파열치료술·신경성형술이다.
이 가운데 백내장 수술의 경우 눈 계측 검사비용 비정상 청구, 후발 백내장 수술 유도 후 보험금 과다 청구 등이며 업계는 올해 관련 손해액만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수치료의 경우 비정상적인 횟수의 도수치료를 실시하거나, 의사가 아닌 운동치료사를 통해 물리치료를 실시하고 도수치료로 청구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감기 등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찾아 외래진료를 받은 경우 실손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상당한 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손해율 상승은 선의의 보험가입자에게 피해로 돌아가는 구조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보험료 부담가중으로 가입자 계약유지가 불가능해지고, 결국 비싼 보험료 부담의 여력이 있는 가입자만 고령기간 동안 실손보험 유지가 가능해진다는 게 보험연구원의 설명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 실장은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보험료 부담 가중으로 가입자의 계약 유지가 어렵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까 40세 남성이 고령기에 올랐을 때, 보험료는 7배 이상으로 인상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정 연구실장은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험료 차등제 도입, 상품구조 변경, 계약전환제도 인센티브 강화, 보험금 지급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정 연구실장은 “선의의 가입자는 일부 오남용 가입자로 인해 비급여진료비를 보험청구 하지 않았음에도,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도덕적 헤이로 인한 문제는 자기부담금 제도(최대 50%)로 억제하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보험차등제를 도입해 가입자의 의료이용을 합리적으로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개인별 보험금 수령실적과 연계해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하는 것”이라면서 “비급여 진료수가·진료량에 대한 적정 가이드 마련 등 보험금 지급관리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