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벌금 1천만원 선고…"도로교통법상 도로로 안전거리 확보했어야"

[보험매일=최석범 기자] 좁은 자전거도로에서 나란히 달리던 자전거가 충돌해 운전자 1명이 숨졌다면, 다른 운전자에게 사고를 낸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형사5단독 이상엽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4)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소내용을 보면 A씨는 지난해 8월 10일 오후 지인 B(52)씨와 함께 각자 자전거를 타고 울산시 울주군 한 자전거전용도로를 주행했다.

앞서 달리던 B씨가 A씨 옆으로 붙으면서 두 사람은 속도를 맞춰 나란히 달리게 됐고, 이어 자전거 운전이 미숙한 B씨가 다시 A씨 앞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두 자전거의 앞바퀴가 충돌했다.

도로에 넘어진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출혈과 뇌부종 등으로 열흘 만에 숨졌다.

검찰은 B씨 자전거와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나란히 운행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재판에서 "자전거도로는 도로교통법상 '차도'와 관련된 규정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병렬주행이 허용되고, 안전거리 확보 의무도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B씨가 갑자기 진행 방향에 진입해 발생한 사고이므로,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은 사람이나 차마가 통행하는 공개된 장소로써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를 도로에 해당한다고 본다"면서 "자전거도로 또한 도로의 개념에 포함되므로, 2대 이상이 나란히 차도를 통행해서는 안 된다는 도로교통법 규정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의 자전거 운전 실력은 서툰 편이라서 돌발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정도였음에도 피고인은 병렬 주행을 했다"면서 "비록 이 사고 발생에 피해자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거리를 두고 운행해야 할 의무가 있었으므로 사고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기에 급급한 점,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다"라면서 "다만 피해자 과실이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보다 큰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사고와 관련해 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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