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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아버지가 사라졌다⑩
봉당마루  |  xion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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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1  14: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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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모양이 마치 욕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아직 사태 파악이 되지 않았는지 한쪽 눈을 찌그러뜨리고 좌중을 훑었다. 경찰의 행동에 봉구 씨가 다가가 느릿느릿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찰이 봉구 씨의 설명에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름이 이마로 쏠리고 목젖이 크게 부풀었다.

“이 사람들이 지금 장난하나. 당신들 허위 신고가 얼마나 큰 범죄 행위인 줄 알아?”

경찰은 말꼬리를 잘라먹으며 당장에라도 허리에 찬 수갑을 휘두를 기세였다. 허릿단 위로 두툼한 비곗살이 비어져 나왔다.

“아아, 그렇게 화만 내지 마시고……, 저 이가 말씀드렸잖아요. 아버님이 실종된 거라구요. 아저씨는 구슬로 보이지만 저희는 아버지라구요.”

숙자 씨가 나섰다. 이 상황에서 남편은 경찰의 상대가 안 된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럼 애당초 도난 신고를 했어야지, 왜 허위 신고했어요?”

경찰은 이번에도 허위신고를 강조했다.

“허, 허…… 허위라니.”

허위라는 경찰의 말에 급기야 봉길 씨가 개처럼 달려들었다. 숙자 씨가 말리지 않았다면 경찰의 목덜미라도 물어뜯었을지도 몰랐다. 봉길 씨의 도발에 경찰이 “이, 이건 또 머, 뭐야!” 한 발짝 물러섰다.

“자, 자.”

숙자 씨가 양팔로 주위를 진정시키며 차분하게 말했다.

“화장은 합법적 절차에 따라 시신을 태웠으니 적법하지만 태워 놓은 유골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가져가게 되면 사체유기죄에 해당되지 않나요? 물론 그것이 구슬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구요. 만일 가져간 유골이 훼손되면 명백히 사체손괴죄(死體損壞罪)에 해당되는 거고. 그러니 일단은 사체유기로 신고해야지 도난으로 하겠어요, 실종으로 하겠어요, 아니면 유괴로 하겠어요, 유기 밖에 더 있어요? 아저씨 부모님 같으면 분실로 신고할래요?”

숙자 씨가 법률 용어까지 동원하며 들이대자, 경찰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딱히 반박한 말을 찾지 못하는 눈치였다. 한참이나 생각에 잠겼던 경찰이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 사이 제법 경찰 같았던 조금 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영락없이 동네 호프집에 흔히 만날 수 있는 뚱뚱한 동네 아저씨로 변해있었다. 경찰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자문을 구하는 눈치였다. 통화 내내 응, 응, 거리다 혹은 뭐? 하는 외마디 통화만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저쪽에서 이해를 잘 못 하고 있는지 아, 글쎄 그것이 구슬이라니까, 라며 버럭 화를 냈다. 아마도 전화기 속 누군가도 마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 눈치였다. 경찰은 알았어! 하며 톡 소리가 나도록 화면을 두드리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니까, 유괴건, 실종이건, 도난이건, 납치건……, 또 뭐더라, 응, 유기, 유기건 구슬만 찾으면 될 거 아니요? 구슬만!”

마지못해 수사 의지를 보이는 경찰.

“이건 뭐, 흰 고양이 백 고양이 말장난도 아니고…….”

경찰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는 동안 봉구 씨가 숙자 씨의 귀에 대고 당신 대단해, 그걸 다 어떻게 알았데? 속삭였다.

“알긴 개뿔, 경찰 오기 전에 네이버에 잠깐 물어봤지.”

숙자 씨는 멍청하게 자신을 칭찬하는 남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숙자 씨는 억울했다. 유골 장사꾼의 혓바닥에 놀아나 덜컥 구슬로 만들어버리는 저 눈치 없는 형제들을 어떡하든 막았어야 했다. 그렇지만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마당에 장남인 남편이 덤터기를 쓰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막고 싶었다. 숙자 씨는 다 같은 형제들이니 일정 기간 씩 나누어 모시는 방법을 내놓는 한편으로 기왕 그렇게 할 바에는 무슨 내기를 해 기간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아이디어가 당구를 쳐 순번을 일단 정하고, 오 대 사 대 삼이라는 비율로 일 년 단위의 보관 개월 수를 정하자는 거였다.

사실 그전에 막내 봉길 씨가 나섰다. 자신이 아버지를 모시겠다고. 하지만 눈치 없는 남편은 너는 결혼도 안 했고, 막내이니 응당 장남인 자신이 모시겠다는 말로 막내를 달랬을 때 숙자 씨는 정말이지 남편의 코라도 물어 버리고 싶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남편은 첫해에 가장 먼저, 그것도 오 개월의 덤터기를 썼다. 그러지만 않았어도 계약 갱신은 없을 터였다. 숙자 씨는 다시 매년 제삿날에 모여 일 년 단위로 형제간 재계약을 제안했고 이것을 밀어붙여 성사시켰다. 귀가 얇으면 당구라도 잘 치던가, 숙자 씨는 당구공으로 남편의 귓구멍이라도 틀어막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건 접수는 됐고, 씨씨티비 분석부터 하겠습니다. 옥함은 지문 채취를 위해 가져가겠습니다.”

경찰은 옥함을 비닐봉지에 집어넣은 뒤 요식적인 말 몇 마디를 더했다. 그러고는 들어올 때처럼 허리춤을 다시 한 번 추켜올렸다. 오백 년은 되어 보이는 습관인 듯했다.

돌아서 나가는 경찰을 배웅하던 봉구 씨 눈에 거실 바닥에서 장난감을 쌓아놓고 혼자 놀고 있는 아이가 들어왔다. 순간 봉구 씨 머릿속에서 돌연 태풍 ‘산바’가 회오리쳤다.

“스, 슬구야!”

그가 거칠게 아이를 불렀다. 봉구 씨의 비명 같은 외마디에 모든 시선이 아이에게로 쏠렸다. 아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사람들을 말똥말똥 바라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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