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건 숙자 씨가 마트에 가기 위해 아이를 안고 버스에서 이리저리 뒤뚱거리고 있을 때였다. 앉을 자리도 없고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도 없어 비지땀을 쏟고 있는데 낯선 번호가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났다. 그러든가 말든가 아이는 장난감 막대를 사탕처럼 빨고 있었다. 숙자 씨는 찟찌, 하며 아이 엉덩이를 냅다 갈기고는 무의식적으로 통화종료버튼을 눌러버렸다. 하지만 낯선 번호는 끈질기게 울려댔다. 울상이 된 아이를 가볍게 흔들며 마지못해 전화를 받은 숙자 씨. 벨소리의 주인공은 택배기사였다. 택배기사는 소 엉덩이에 덕지덕지 엉겨 붙은 똥 딱지 같은 목소리로 짜증을 냈다. 집에 아무도 없어 소화전에 넣어두겠다며 자기 할 말만을 자판기 캔 커피처럼 툭 내뱉고는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지금 바빠 죽겠는데, 그래서 짜증 나 죽겠는데 전화를 받지 않은데 대한 보복이었다. 옥함은 먼지가 잔뜩 낀 소화전 호스 사이에 처박히듯 끼어있었다. 경우 없는 택배기사였다.

*

“그래요, 경찰에 정식으로 도움을 청해요.”

숙자 씨가 마지못해 동조하자 봉길 씨가 곧바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자 봉구 씨가 이를 제지하며 자신의 휴대폰으로 112를 눌렀다.

십 분도 안 돼 파란색 경찰차가 불빛을 번쩍이며 아파트 단지로 들어왔다. 운전석에서 뚱뚱한 정복 차림의 경찰이 근엄한 자세로 내렸다. 경찰은 가죽 장갑 낀 손으로 허리춤을 한 번 추켜올리고는 아파트를 올려다봤다. 난데없는 경찰차의 출현에 아파트 경비원 하나가 경찰 옆으로 쪼르르 다가섰다. 경찰이 경비원에게 몇 마디 말을 던지는가 싶더니 경비원이 경찰을 105동 쪽으로 안내했다. 경찰은 태만해 보이는 얼굴을 빳빳하게 들어 올리며 아파트 입구로 들어왔다. 뚱뚱한 몸 때문인지 본래의 습성 때문인지 행동거지는 느리고 답답했다.

“와, 왔으면 빠, 빨리빨리 움직이지!”

성질 급한 봉길 씨가 베란다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며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경찰은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상의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들며 신고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봉구 씨가 멋쩍게 손을 들며 한 발짝 앞으로 걸어 나왔다. 경찰은 날카로운 눈으로 봉구 씨를 위아래로 쏘아보며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물었다. 방금 전의 느려 터진 동작은 어느새 사라지고 제법 경찰 냄새가 풍겼다.

“시신은 어디 있었습니까?”

경찰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다시 봉구 씨를 노려봤다. 경찰은 들어올 때부터 고개를 자주 갸웃거렸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집안 분위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 저기.”

봉구 씨가 경찰의 매서운 눈매를 피하며 거실 장식장 위에 있는 빈 옥함을 가리켰다. 경찰의 시선이 봉구 씨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가다 옥함에 멈춰 섰다.

“여기?”

“네, 거기.”

“여기이?”

경찰이 했던 말을 반복하며 옥함 위에 중지를 갖다 대고 탁탁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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