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뭐……”

숙자 씨가 말을 채 맺기도 전에 영업사원이 끼어들었다.

“고인을 흠모하며 기리는 상품들이지요. 화장한 다음 유골을 강이나 바다에 뿌리는 것은 이미 법으로 금한다는 것은 다 아시지요? 그래서 요즘은 추모공원에 모시거나 요 앞, 화장장 동산에 뿌리는 게 일반화되어있습니다.”

봉구 씨는 대기실 매점에 진열된 각종 유골함을 떠올렸다. 어떤 건 비싸고 어떤 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쌌다. 향나무, 소나무, 화강암, 대리석 재질의 상품에 자개를 박아 만든 것도 눈에 띄었다. 옥으로 만든 것, 그것도 국산 옥과 수입 옥의 가격이 달랐다. 같은 유골이라도 납골당으로 갈 사람, 아니 갈 유골은 수십만 원짜리 함에 담겨 가져가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화장장 동산에 뿌려지는 유골함은 칠천 원에 불과했다. 버리고 말 것이란 생각에서 그러겠지만 뿌리고 돌아서는 산 사람과 뿌려지는 죽은 사람과의 이별 값이 칠천 원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러실 필요가 없다는 거죠. 저희는 고객님들이 명절 때마다 겪는 성묘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고 비용 면에서도 추모공원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럭셔리한 쥬얼리 상품을 마련했다는 겁니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바이오테크놀로지 상품이라는 거. 쉽게 설명 드리자면 화장한 유골을 첨단 가공기법으로 고농축 압축해 구슬로 제작한 다음, 이렇듯 각종 장신구로 세공했다는 거죠.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닐 수도 있고 그냥 구슬로 만들어 옥함에 넣어 집안에 모셔 두어도 됩니다.”

그러면서 유골로 다이아몬드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은 죽어서 다이아몬드를 남긴다? 뭐 그런 거였다. 살아있는 호랑이가 가죽을 남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라는 시답잖은 농담은 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다이아몬드의 원료가 사람의 신체와 같은 유기물질인데, 이 유기체를 특별 제작한 소각로에 넣어 태운 다음 여기에서 생성된 탄소를 수집해 최상의 다이아몬드 원석을 만든다는 것이다. 남자는 한 사람의 시신에서 0.25~1.5캐럿 규격의 다이아몬드가 백 개 정도 생산된다며 무엇이 그렇게 자랑스러운지 어깨까지 으쓱해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석을 통해 추모하고 가보로 대물림할 수 있는 정신적 가치를 지닌다는 거죠.”

남자는 봉구 씨 형제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일별하며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그, 그러니까 하, 항상 몸에…….”

봉길 씨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항상 몸에.”

헤어젤이 눈을 치켜뜨며 검지로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십자가 장신구를 찌를 듯이 가리켰다. 그때 숙자 씨가 막 무슨 말을 꺼내려는데 남자가 다시 가로막았다. 영업 사원은 며느리인 숙자 씨가 끼어드는 것이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고집스럽게 숙자 씨의 말을 막고 있었다.

“얼마 전, 젊은 부부가 저희 사무실로 작은 관을 모시고 왔다는 거죠. 두 분 모두 검은색 상복을 입었고 표정은 몹시 어두웠습니다. 저희는 그분들이 말씀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깊게 헤아리고 있다는 거죠.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작은 관 속에는 영면한 이구아나가 누워 있었죠. 생전의 모습과 똑같이, 마치 잠이 든 것처럼 평화로운 모습 그대로. 부인되시는 분이 물에 불리지 않은 사료를 먹여 마우스락에 걸렸다지 뭡니까. 실수로 존엄한 반려 이구아나를 하늘로 보냈다는 거죠. 베이비, 베이비 하며 어찌나 슬퍼하시던지. 남편분은 목걸이, 아내분은 귀고리로 만들어 착용하고 돌아가셨습니다. 프리미엄급으로 말이죠.”

“보석도 괜찮겠다!”

“그러니까 가보로 대물림할 수도 있다는 거죠?”

춘심, 아니 수진 씨가 보석을 외치자 봉구 씨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느릿하게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항상 몸에 지닐 수도 있고, 대대손손 가보로 대물림할 수도 있고.”

남자는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맞받았다. 그러고는 얘기가 끝났다는 듯 가방에서 계약 서류를 꺼내 봉구 씨 앞으로 밀었다.

“자, 잠깐만. 잠깐만요.”

숙자 씨가 다급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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